신사업 등 비전 제시 부족
“사회적 인정 위한 행동도 필요”
“사회적 인정 위한 행동도 필요”
“그(5대 신수종 사업) 얘기는 이제 공식적으로 내세우지 않습니다.”(삼성그룹 관계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 비자금 특별검사의 수사 뒤 물러났다가 2년여 만인 2010년 경영에 복귀하면서 “바이오·제약, 자동차 배터리, 발광다이오드(LED·엘이디), 의료기기, 태양전지 등을 키우겠다”며 ‘5대 신수종 사업’을 공개했다. 이제 삼성그룹은 더 이상 이를 내세우지 않는다. 5개 중 2개(태양전지와 엘이디)를 사실상 접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신사업 비전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유통기한이 지난 ‘5대 신수종 사업’을 대체할 뭔가가 딱히 제시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언론에서는 “실용·합리주의를 앞세워 사업 재편에 나선다”거나 “전자·금융·바이오를 세 축으로 삼아 그룹을 재편한다”고 소개하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신사업보다는 구조조정 쪽 얘기다.
이 부회장이 ‘회장 직무대행’을 한 2년간 삼성그룹이 선언한 신사업으로는 지난해 말 삼성전자 안에 꾸린 ‘전장사업팀’이 대표적이다. 차량에 들어가는 텔레매틱스·중앙정보처리장치(CID)·헤드업디스플레이(HUD)·차량용반도체 등을 만드는 사업인데, 수십명 규모의 태스크포스(TF)를 꾸린 상태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복제약(바이오시밀러) 제작 등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나서는 등의 성과가 있었는데, 대부분 사업 초기라 당장 눈에 띄는 실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런 탓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연내 코스피 상장 계획을 밝힌 것을 계기로 이 부회장이 ‘실적 만들기’에 나설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2000년 초 벤처 열풍 때 이(e)삼성 등 10여개 인터넷기업을 만들었다가 벤처 거품이 꺼지면서 실패한 적이 있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을 통해 경영 능력에 대한 평가를 끌어올리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의 51%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장을 통해 지주회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실적 만들기에 매달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과정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이 부회장이 아직도 등기이사 등 경영의 책임을 지는 자리를 맡고 있지 않는 것도 모순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제학)는 “삼성그룹이 어떤 재편 계획을 갖고 있는지 전혀 알리지 않고 있어 시장에서는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부회장이 빠른 시간 안에 책임 있는 자리를 맡고, 경영 승계 계획과 세금 납부 등의 로드맵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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