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 성영애 교수 보고서
평균소득, 자가·전세가구의 73·81%
소득 적고 쓸데많아 월저축 13만원
소비지출 가운데 주거·광열비 25%
자가·전세가구보다 2~3배 비중
식료품·의료·오락 등엔 훨씬 덜 써
월세비중 더 커지면 경기하락 우려
평균소득, 자가·전세가구의 73·81%
소득 적고 쓸데많아 월저축 13만원
소비지출 가운데 주거·광열비 25%
자가·전세가구보다 2~3배 비중
식료품·의료·오락 등엔 훨씬 덜 써
월세비중 더 커지면 경기하락 우려
최근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월세가구는 전세나 자가 가구보다 소득과 저축이 적고, 적자비율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은 가뜩이나 경제사정이 좋지 않은데, 주거비 부담이 커 식료품·교육·교통비 등 기본적으로 써야 할 지출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9일 인천대 성영애 교수(소비자아동학과)가 쓴 ‘월세가구의 월세 부담이 소비지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주거형태에 따라 가구의 소득격차가 컸다. 월세가구는 월평균 소득이 271만9631원으로 자가가구(371만7908원)의 73.1%, 전세가구(334만5573원)의 81.3%에 머물렀다. 이번 보고서는 통계청의 2014년 가계동향조사를 분석한 것이다.
소득은 적고 쓸 데는 많다 보니 월세가구는 적자가구(처분가능소득보다 소비지출이 많은 가구) 비율이 30.1%로 가장 많았다. 자가는 24.9%, 전세가구는 21.1%로 나타났다. 저축은 월세가구가 월 13만8143원으로 가장 낮았고, 자가(27만3156원), 전세(29만3020원)가 뒤를 이었다.
월세가구의 주거비 부담은 압도적으로 높았다. 소비지출에서 주거비 및 수도광열비(전기료, 수도료, 연료비 등)가 차지하는 비중이 월세가구는 25.3%(39만3187원)로 자가(11.7%), 전세(9.8%)보다 2~3배 컸다. 월세가구는 12개 소비지출 항목 중 주거비에 가장 많은 돈을 썼고, 자가나 전세 가구는 식료품 지출 비중이 높았다. 성영애 교수는 “소비지출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는 ‘슈바베지수’가 25%를 넘으면 빈곤층으로 본다는 견해가 있다”며 “월세가구 중 상당수는 빈곤층에 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세나 자가 가구의 경우 집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은 가계동향조사의 주거비에 포함되지 않아 실질적인 ‘주거비 부담’은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높은 주거비 부담은 소비에도 영향을 끼친다. 주거비 부담이 큰 월세가구는 식료품·의료 및 신발·가정용품·보건·통신·오락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전세나 자가 가구보다 적게 썼다. 앞으로 월세 비중이 계속 늘어나면 교통·교육·음식비가 특히 더 많이 감소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월세 전환이 확대되고,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전체 가계는 지갑을 꽁꽁 닫고 있다. 지난해 ‘평균소비성향’은 71.9%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77.9%)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성 교수는 “주거비 부담으로 인한 다른 소비지출의 축소는 가계복지 저하로 이어지고, 거시적으로는 가계가 소비를 하지 않으면서 경기하락이 우려된다”며 “적극적인 주거안정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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