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거래소 제출한 사업보고서
평소와 달리 한글번역본 안올려
“인가 실패 가능성 감추려 꼼수”
평소와 달리 한글번역본 안올려
“인가 실패 가능성 감추려 꼼수”
에스케이텔레콤(SKT)이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하면서 한글 번역문 없이 영문 문서만 올렸다. 씨제이(CJ)헬로비전 인수·합병에 대한 정부 인가 실패 가능성을 언급한 부분을 감추려고 그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에스케이텔레콤은 지난달 29일 뉴욕 증권거래소에 제출한 사업보고서 원문을 5월2일 국내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서도 공시했다. 하지만 영문 문서만 올려 영문을 읽을 줄 모르는 투자자들은 내용을 알 수 없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이전에는 뉴욕 증권거래소 제출 보고서를 국내에 공시할 때마다 한글 번역본을 함께 올렸고, 케이티(KT) 등 다른 업체들도 대개 한글 번역본을 첨부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새로운 주요 사항이 들어있다면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알리는 차원에서 한글 번역문을 함께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아이아르(IR) 담당자들도 “영문만 올리는 것은 투자자를 차별하는 행위”라고 지적한다.
업계에선 뉴욕 증권거래소 제출 보고서 가운데 “(씨제이헬로비전 인수·합병과 관련해) 당국의 승인을 받는 데 실패할 수 있다. 그러면 계획대로 인수·합병을 완료하지 못할 수 있다”고 언급한 부분이 알려질 것을 우려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에스케이텔레콤이 정부 인가 불발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은 “뉴욕 증권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손톱만큼의 가능성까지 나열하게 한다. (국내 시스템에는) 한글 번역 작업이 늦어져 함께 올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에스케이텔레콤은 10일 오후 한글 번역본을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렸다.
김재섭 김효진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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