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스웨덴 중앙은행의 색다른 ‘마이 웨이’

등록 2016-05-11 16:16수정 2016-05-12 10:40

이경의 이로운 경제
물가 오름세 지켜내려 마이너스 금리 더 낮춰
크로나 절상 막으려 외환시장 적극개입 뜻 공표
소규모 개방경제국 중앙은행의 과감한 통화정책
스웨덴 중앙은행(릭스방크)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중앙은행으로 지금 활동중인 은행들 가운데 세번째로 역사가 깊다. 한 민간은행의 파산을 계기로 1668년에 설립됐다. 이 민간은행은 세계 최초로 은행권(지폐)을 발행했는데 담보 없이 돈을 너무 많이 찍어내 몰락하고 말았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이 은행의 운영권을 넘겨받아 영업하다가 1897년부터 중앙은행 구실을 해왔고 창립 300주년을 기념해 노벨 경제학상을 제정하기도 했다.

스웨덴 중앙은행이 지금 색다른 실험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소규모 개방경제국의 중앙은행으로서 과감한 통화정책을 펴고 있어서다. 지난달 21일 통화정책회의 발표문의 한 대목이다. “릭스방크의 통화정책은 경제활동을 더 튼튼하게 하고 물가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해왔다. 하지만 물가가 오름세이긴 해도 상승률의 변동이 심하다. 게다가 세계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다른 나라의 통화정책이 매우 확장적이다. 물가오름세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스웨덴의 통화정책이 계속 확장적일 필요가 있다.”

스웨덴 중앙은행. 위키피디아
스웨덴 중앙은행. 위키피디아
스웨덴 중앙은행은 이날, 하반기에도 국채매입(일종의 양적완화)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2월 통화정책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0.35%에서 -0.50%로 낮춘 바 있다. 이런 조처들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들이다. 아울러 자기나라 통화인 크로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뜻을 공표했다. 크로나가 절상되면 수입물가의 하락을 통해 물가상승률을 낮추고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 중앙은행의 이런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이해하려면 물가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설립 목적이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물가안정목표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중앙은행 전망 대로 올해 1.0%가 돼도 여전히 목표치(2%)와는 거리가 멀다. 여기에다 물가수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인 디플레이션이 재발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스웨덴은 지난해까지 3년간 약한 수준의 디플레이션을 겪었다. 한마디로 저물가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성장이나 고용 실적은 양호한 편이다. 성장률은 지난해 4.1%에 이른 데 이어 올해 3.7%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고, 실업률은 지난해(7.4%)와 올해(6.8%) 모두 스웨덴 중앙은행이 추정하는 완전고용(5.0~7.5%) 수준에 도달했거나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가하면 주택시장은 거품 가능성이 거론되고 가계부채는 가처분소득 대비 180%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과감한 완화정책을 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스웨덴 중앙은행은 정책기조를 바꿀 생각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 대신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 담당 부서인 금융감독청에 증가세를 둔화시킬 조처를 취해주도록 계속 요구하고 있다. 2010~11년 기준금리를 7차례 올려 경기침체를 맞은 트라우마가 크다고 해도 이런 완화정책은 이례적이다. 당시 스웨덴 중앙은행은 성장률이 호조를 띠고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우려가 커지자 긴축정책을 폈다.

한국은행은 어떤가? 스웨덴 중앙은행과 마찬가지로 물가안정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13~15년 내내 목표치를 밑돌았고 올해도 전망치가 1.2%여서 그럴 가능성이 짙다. 하지만 한은은 물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이나 이주열 총재 기자간담회 발언을 봐도 그런 흔적을 찾기 어렵다. 이 총재는 지금의 기준금리가 실물경제 활동을 뒷받침할 수준이란 얘기를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성장률 또한 몇년째 한은이 추정하는 잠재성장률(3.0~3.2%)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한은이 스웨덴 중앙은행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두 나라의 경제 여건이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은이 지금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담화 동시에 코스피 발작 급락…한국 경제 덮친 ‘윤석열 리스크’ 1.

담화 동시에 코스피 발작 급락…한국 경제 덮친 ‘윤석열 리스크’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담화에…주가·원화가치 상승분 반납 2.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담화에…주가·원화가치 상승분 반납

‘GTX-A’ 운정중앙~서울역 28일 개통…파주~서울 22분 만에 3.

‘GTX-A’ 운정중앙~서울역 28일 개통…파주~서울 22분 만에

명품 아울렛까지 들어간 다이소…경쟁력은 어디서? 4.

명품 아울렛까지 들어간 다이소…경쟁력은 어디서?

확실해지는 미 연준 추가 금리 인하…일본은 인상에 무게 5.

확실해지는 미 연준 추가 금리 인하…일본은 인상에 무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