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 노조, 홍영만 사장 노동청 고발
“1대1 면담 통해 동의서 작성 강요”
정부, 대통령 독려 이후 속도전 태세
주택금융공사 등도 밀어붙이기 나서
강도 높은 시행 기준에 반발도 높아
노조 “금융업무 공공성 훼손 우려”
“1대1 면담 통해 동의서 작성 강요”
정부, 대통령 독려 이후 속도전 태세
주택금융공사 등도 밀어붙이기 나서
강도 높은 시행 기준에 반발도 높아
노조 “금융업무 공공성 훼손 우려”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기관 성과주의 도입을 둘러싼 갈등이 특히 금융 공기업에서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다른 공공기관보다 금융 공공기관에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는데다, 일부 기관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노조 쪽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12일 금융 노조의 설명을 들어보면, 자산관리공사(캠코) 노조는 지난 4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홍영만 사장을 부산지방노동청에 고발했다. 캠코 노조원의 80.4%가 성과연봉제에 반대표를 던졌는데도 캠코 이사회가 이를 도입하는 내용의 취업규칙 변경안을 의결한 게 발단이었다. 캠코는 도입을 강행한 근거로 70%가 넘는 직원들한테 받은 동의서를 들고 있다. 그러자 노조는 “사측이 직원들과 1대1 면담을 통해 성과주의 도입 동의서 작성을 강요한 것”이라며 “이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 등도 노조 조합원 투표에서는 성과연봉제 도입이 부결됐으나 김재천 주택금융공사 사장이 “도입이 안 되면 책임을 지겠다”고 배수진을 치고 나서면서 노사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성과주의 도입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도 불똥이 튀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자본확충이 절실한데, 이들 은행에도 부실에 대한 책임이 있는 만큼 자구노력 차원에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속도전’을 방불케 하는 정부의 태도는 박근혜 대통령의 독려와 무관하지 않다. 박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 개혁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가 중요한 시점”이라며 “120개 공공기관 모두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특히 금융 공공기관의 반발이 거센 이유는 금융위가 제시한 성과연봉제 기준이 기재부가 권고한 공공기관 적용안보다 강도가 높은 탓도 있다. 기획재정부는 4급 이하 비간부직 직원한테는 성과주의 적용을 의무화하지 않았으나, 금융위는 4급 직원까지 포함하도록 했다. 성과급의 최고와 최저 차등폭도 기재부는 간부직만 20~30%선으로 정했으나, 금융위는 비간부직도 20% 이상으로 하도록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9개 금융공공기관 4급 직원의 평균연봉이 8900여만원으로 공공기관 평균(6300만원)보다 30%나 높다. 또 4급 직원이 전체 직원의 36%에 이르는 만큼 이들이 성과주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면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정부 부처들이 산하기관의 성과주의 도입 실적 높이기 경쟁을 벌이면서 갈등을 더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에선 실적에 따른 차등 임금 지급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이를 곧바로 일률적으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평가다. 직원들의 성과를 평가할 객관적인 척도가 아직 마련되지 않은데다 금융 업무의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산별교섭에서 탈퇴하도록 개입하고, 이후 기관장들을 압박하면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독려 중”이라며 “노사합의로 풀 수 있는 문제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경영진이 ‘상명하달’식으로 성과주의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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