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찬 위원장 “기준금액 변경 검토”
박 대통령 지적 이후 적극 나선 듯
‘자산 10조원’으로 2배 올릴 가능성
박 대통령 지적 이후 적극 나선 듯
‘자산 10조원’으로 2배 올릴 가능성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 완화를 공식화했다. 대기업집단으로 분류되면 삼성·현대차보다 규모가 훨씬 작더라도 이들과 같은 규제를 받는 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정재찬 공정위 위원장은 12일 오전 서울 세종호텔에서 열린 ‘세종포럼 조찬 특강’에 나와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이 5조원으로 바뀐 것이 2008년인데, 경제 규모와 여건이 그때와 달라져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정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 대기업집단 기준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있다. 기준 금액 변경 등이 심도있게 검토될 것”이라며 조만간 수정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공정위원장이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를 손보겠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는 내부적으로 기준 완화에 대해 공감해 왔지만, ‘대기업 봐주기’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해 그동안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언론사 편집국장단과의 간담회에서 “대기업 지정제도는 반드시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기준 완화에 대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재계 안팎에서는 현재 ‘자산총액 기준 5조원 이상’으로 정하고 있는 기준을 2배로 늘린 ‘10조원 이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과거 30여개 안팎이던 대기업집단이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2배 이상 늘어나 감독이 어려워졌다는 점도 공정위가 기준 완화에 공감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지난달 발표한 대기업집단 65곳 가운데 자산총액 기준을 10조원으로 적용해보면 37곳으로 줄어든다.
기준 금액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의 시행령을 고치면 되는데, 대기업집단에 들었다가 빠지게 될 28곳의 기업이 상호출자·채무보증 등 규제가 풀리면서 나타날 영향도 따져봐야 한다. 김정기 공정위 기업집단과장은 “기준 금액은 아직 정한 바가 없다. 관련 부처와 검토할 내용이 많아서 충분히 검토한 뒤에 결정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