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 6개월만에 49달러대로
캐나다 산유지역 화재 등 영향
사우디 등 증산 기조 여전해
유가 상승세 이어가긴 어려울듯
국내 휘발유값도 1400원에 바짝
캐나다 산유지역 화재 등 영향
사우디 등 증산 기조 여전해
유가 상승세 이어가긴 어려울듯
국내 휘발유값도 1400원에 바짝
연초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국제 유가가 어느새 50달러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산불과 내전 등으로 인한 공급 차질 때문인데, 저유가 기조의 큰 틀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가운데 최근 원유 가격 상승 여파로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17일 싱가포르 석유시장에서 영국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41센트 오른 49.38달러에 거래돼 50달러 턱밑까지 이르렀다. 미국 서부텍사스유도 48.34달러까지 올랐고,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도 45달러선에서 거래됐다. 이런 가격은 지난해 11월 초 이후 최고치다.
유가 강세는 캐나다 앨버타주 산유도시 포트맥머리에서 발생한 화재와 무장세력의 공격에 따른 나이지리아의 생산 차질 때문이다. 우주에서도 보일 정도라는 캐나다 화재는 3주째 계속되고 있으며, 16일(현지시각)에도 포트맥머리 북부 산유시설 두 곳에 대피령이 내려져 4천여명이 남쪽으로 대피했다. 나이지리아 상황은 더 심각해 원유 생산량이 22년 만의 최저치인 하루 160만배럴 이하로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하반기에 유가가 배럴당 5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보고서를 내놨다. 지난 3월 전망치(배럴당 45달러)에서 5달러 상향 조정한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말에는 60달러를 찍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유가 상승세는 일시적이라는 견해가 더 많다. 석유시장의 큰손들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등의 여전한 증산 움직임 때문이다. 특히 이란은 지난달 하루 평균 350만~36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경제제재 해제 직전(280만배럴)에 비해 20~30% 늘어난 수치다. 사우디도 칼리드 팔리흐 신임 석유장관이 최근 원유 생산을 줄이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이란과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다음달 2일 오펙(석유수출국기구) 총회에서 산유량에 관한 논의는 하겠지만 생산량 동결 등 실제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며 “다음달 14~15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의 금리 결정, 23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결과 등이 유가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한편 원유 가격 강세에 따라 국내 석유제품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3월에 1350원이던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값(ℓ당)은 4월에 1362원으로 올랐고 이달 들어서도 첫째 주 1367원, 둘째 주 1376원으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원유 가격이 2~3주 뒤 국내 석유제품에 반영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오름세는 최소 2~3주 지속돼 ℓ당 14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