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후 1순위…1년 되면 전매 가능
재당첨 제한도 없어져 ‘팔고 사고’
투기성 가수요에 광명 등 수백대 1
청약 과열에 무주택자들만 피해
정부는 “국지적 현상일 뿐” 선그어
재당첨 제한도 없어져 ‘팔고 사고’
투기성 가수요에 광명 등 수백대 1
청약 과열에 무주택자들만 피해
정부는 “국지적 현상일 뿐” 선그어
최근 공공택지인 경기 광명역세권지구에서 공급된 ‘광명역 태영 데시앙’ 아파트에 1순위로 청약한 김아무개(광명시 거주)씨는 느긋하게 당첨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일반공급 1123가구에 4만1182명의 청약자들이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 36대 1, 최고 경쟁률 288대 1이라는 ‘청약 광풍’이 몰아쳤지만 김씨는 지난 2014년 12월 옆 단지인 ‘광명역 호반베르디움’에 이미 당첨돼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태영 데시앙에 당첨되면 기존 호반베르디움 분양권을 팔고 그쪽으로 옮겨가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17일 부동산업계 말을 종합하면, 최근 수도권 청약통장 1순위 요건이 2년에서 1년으로 완화된 지 1년여가 지나면서 공공택지를 중심으로 전매차익을 노린 ‘투기성 가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는 2014년 ‘9·1 부동산대책’에 따라 지난해 2월부터 수도권에서도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한 지 1년이 경과하면 청약 1순위를 부여하고 있다. 또 앞서 2012년 9월 25일에는 민영주택 재당첨 제한을 투기과열지구가 아닌 곳에 대해서는 폐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김씨처럼 2014년 말 아파트에 당첨된 직후 새로 청약통장에 가입한 사람도 1년이 경과하면 또다시 1순위로 청약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투기과열지구는 민영주택 재당첨 제한(5년)과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등이 적용되는 곳으로, 2011년 강남3구가 해제되면서 이름만 남아있다.
광명역세권지구에 투기 광풍이 불어닥친 데는 청약·재당첨 규제 완화 외에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도 영향을 끼쳤다. ‘9·1 대책’에 따라 지난해 1월부터는 광명역세권지구처럼 그린벨트에서 해제된 공공택지의 민영주택도 전매제한 기간이 2년에서 1년으로 단축됐기 때문이다. 그린벨트가 아닌 일반 공공택지는 2012년 7월부터 민영주택 전매제한 기간이 1년으로 줄었다. 김씨의 경우 2014년 당첨된 ‘광명역 호반베르디움’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2년에서 1년으로 단축돼 지난해 12월부터 전매가 가능해지면서 이번에 새 아파트를 분양받아 갈아탈 수 있는 여력이 생긴 것이다.
청약·전매·재당첨 등 세 가지 규제 완화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아파트 청약 기회를 제공해 침체된 부동산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정부의 조처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아 선호도가 높은 공공택지 아파트의 청약 과열을 불러와 되레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입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공공택지를 중심으로 분양권 전매차익을 노린 이른바 ‘단타족’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최근의 아파트‘청약 과열’은 국지적인 현상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2월부터 시행된 주택담보대출 여신 심사 강화 여파로 수도권 주택시장은 전반적으로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나 주택 공급이 막바지 단계인 광명역세권지구 등을 비롯한 공공택지를 투기과열지구로 묶을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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