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성형외과의사회 “환자 기만 행위” vs 해당 원장 “가명 써도 문제 없다”
‘성형수술 1번가’로 불리는 서울 강남에서 본명이 아닌 가명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가명 진료’를 두고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환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는 입장이지만, 해당 원장은 환자들이 편하게 부를 수 있도록 한 것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될 게 없다고 항변한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에서 미용성형을 주로 하는 B의원의 L모 원장은그동안 홈페이지 홍보와 환자 진료 등에 가명을 써 온 온 것으로 확인됐다.
B의원 홈페이지를 보면 대표자와 의료진(1명)으로 소개된 원장의 이름이 다르다. 하지만 이름만 다를 뿐 대표자와 의료진은 실제로 동일 인물이다.
이에 대해 B의원 L원장은 “미국에서 쓰던 이름을 가명으로 쓰고 있지만, 지난 20년 동안 아무 문제 없이 성형외과를 운영해왔다”며 “자꾸 영업에 방해되니까 더는 귀찮게 굴지 말라”고 입을 닫았다.
그러나 B의원과 같은 사례는 명백히 환자를 속이는 행위로 봐야 한다는 게 성형외과의사회의 의견이다.
본명을 쓰지 않고 가명을 쓰는 행위 자체가 환자를 기만하는 것이고, 떳떳하게 진료를 하는 의사 중 본명을 감추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의 한 임원은 “가뜩이나 유령수술과 같은 대리진료로 성형외과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데, 가명을 앞세워 진료하는 의사까지 나오니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의사회는 L원장이 이런 가명을 써가며 최근 법조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게이트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성형외과의사회는 “정운호 게이트 사건에서 판사 접대를 위해 의사 1명이 연예인 동원 등 로비에 도움을 줬다는 이야기가 기정사실로 되고 있다”며 “의료계 자체적으로 추정해본 결과, 해당 의사는 바로 이 병원 원장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L원장은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미국에도 없는 ‘노화 방지 전문의’라는 특이한 자격까지 취득한 것처럼 홈페이지 이력을 통해 홍보하고 있다.
그는 대한성형외과의사회에 회원으로 가입돼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의사회는 L원장이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것으로 추정했다.
성형외과의사회 관계자는 “강남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회원 중 아무도 L원장의 실체를 아는 사람이 없다”며 “국민이 B의원 성형외과 홈페이지를 본다면 성형외과 전문의로 오해하는 것은 물론 가명을 썼기 때문에 전문의인지조차 확인하기 쉽지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L원장의 가명 진료와 같은 행위는 아직 현행 의료법으로 처벌할 근거가없다는 게 복지부의 유권해석이다.
이형훈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의사라면 당연히 면허증에 있는 이름으로 진료하는 줄 알았고, 이런 일이 있을 줄은 몰랐다”며 “아직은 적발 사례가 없고,적발한다고 해도 처벌할 근거도 마땅치 않다”고 전했다.
이 과장은 “의료인 명찰 패용 등을 담은 의료실명제가 현재 국회 본회의에 계류중”이라며 “유령수술과 가명 진료 같은 문제점 개선을 위해 의료실명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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