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차명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가 2014년 말 동부건설이 법정관리로 넘어가기 전 내부정보를 이용해 일부 주식을 팔아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18일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를 열어 김준기 회장에 대해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김 회장은 2014년 12월 동부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두 달 전쯤인 10월에 차명 주식 62만주(1.24%·약 7억3천만원)를 팔았다. 금융당국은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차명 주식을 처분해 3억여원의 손실을 모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주식은 사실상 휴지 조각으로 전락하게 된다. 아울러 동부와 동부건설·증권·화재 등 4개 회사의 차명 주식을 보유하다 처분하는 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공시하지 않아 ‘대량보유 및 소유주식 보고의무’를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통상 자체 조사에서 혐의가 뚜렷하다고 판단하면 검찰 고발을,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보면 수사 의뢰를 한다.
앞서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1국은 김 회장이 1990년대부터 20여년간 동부그룹 계열사 4곳의 주식 수십만주를 차명으로 보유한 사실을 밝혀냈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에서 이상거래 자료를 넘겨받아 정밀분석 작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파악했다. 김 회장의 차명 주식은 매각 당시 시가로는 수백억원대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2011년 김 회장의 차명 주식 보유 사실을 알고 180억여원의 세금을 추징했지만 이를 금융당국에 알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자체 조사로 5년이 지난 뒤에야 이런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김 회장의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는 최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전 한진해운 회장)과 같은 유형이다. 최 회장은 지난 4월 자신과 두 딸이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96만7927주)을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신청 전에 모두 팔아 수억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대량보유 및 소유주식 보고의무를 위반한 혐의는 지난해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차명 주식 보유 사실이 들통나 관련 의무를 위반한 것과 같다. 이 회장은 지난 4월 금감원으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다.
김 회장 쪽은 차명 주식 보유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는 부인했다. 동부그룹의 한 부장은 “김 회장이 2011년 차명 주식을 자진신고해 180억원의 세금을 납부했다”며 “2014년 11월 차명계좌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 금융실명제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에 차명 주식을 정리하느라 매각한 것이다. 매각 대금도 동부그룹 회생에 썼기 때문에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 주식을 팔았다는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덧붙였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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