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강석훈 경제수석의 문제의식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등록 2016-05-18 14:30



이경의 이로운 경제
강석훈 경제수석, ‘기회 사다리’ 복원 위해 관련 법 제정 해야
박 대통령의 ‘불평등·계층이동’에 관한 관심이 관건
지난해 7월 강석훈 신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이 새누리당 국회의원으로 ‘기회균등 촉진에 관한 법률’을 대표발의하며 이런 말을 했다.

“지나간 우리사회를 돌아보면 비록 사는 것이 어렵고 힘들었지만,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존재했다. 그러한 희망은 ‘내 자식 만큼은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게 해서는 안 된다’는 부모들의 의지가 담겨 높은 교육열로 연결되었고, 한국경제를 선진국 대열에 올려놓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 사회는 세대간 계층이동성이 높았던 과거와 비교할 때,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 ‘오늘보다는 내일이, 나보다는 내 자식이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장기적으로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해결책 마련이 더욱 시급한 실정이다.”

많은 사람이 강 경제수석의 현실 진단에 공감할 것 같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 운용을 이끄는 한 축인 경제수석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게 뜻밖 아닌가. 대선 때와 취임 초기를 빼고는 박 대통령과 그 주변에서 들어보지 못한 얘기다.

강석훈 경제수석. 연합뉴스
강석훈 경제수석. 연합뉴스
강 수석의 말에 계속 귀를 기울여보자. 강 수석은 앞서 6월에 열린 관련 입법 공청회에서 “소득분배 악화 문제와 소득계층 이동성 저하 문제가 한국사회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당면 문제의 하나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 수석은 이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소득불평등도는 악화되다가 최근 들어 소폭 개선되는 추세에 있으나, 절대 수준은 외환위기 이후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득 지니계수와 상대적 빈곤율, 분위별 소득 통계를 제시했는데, 하나같이 불평등이 심각함을 보여준다. 그는 계층간 이동이 최근 크게 줄어드는 현상도 짚었다. 그가 덧붙인 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2005년 저소득층이 2006년에도 저소득층에 머물 확률이 67.6%였으나, 2012년 저소득층이 2013년에도 저소득층에 머물 확률은 77.4%로 높아졌다. 반면, 저소득층이 중산층으로 상향 이동할 확률은 29.9%에서 22.3%로, 고소득층으로 상향 이동할 확률은 2.5%에서 0.3%로 낮아졌다.

특히 강 수석은 소득불평등 확대가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이론과 실증 자료를 들어 설명한 뒤, 우리나라에서도 현실로 관측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소득불평등이 기대수명과 학업성취도를 떨어뜨리고 비만과 정신질환 비율을 높이는 등 사회적 문제를 낳을 위험이 크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정부는 별다른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소득 기준 지니계수와 처분가능소득 기준 지니계수의 비교를 통한 정부 재분배 정책의 효과를 평가한 결과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칠레 다음으로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그의 말이 이를 일러준다.

강 수석은 결론적으로 우리사회의 ‘기회 사다리’가 무너졌다면서 이 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 펼쳐지는 복지 담론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모든 국민에게 공정한 기회가 제공될 수 있도록 기회균등 촉진에 관한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 수석의 이런 진단과 처방이 복지 확충에 대한 관심을 흐트러뜨릴 수 있긴 하지만 그 자체로 의미가 작지 않다고 본다. 새누리당 김광림·정두언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원혜영·민병두 의원 등 21명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상임위원회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채 법안이 폐기될 운명이어서 안타깝다.

과연 강 수석의 분배와 계층이동에 대한 문제의식은 계속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의 속마음이 어떤지는 알 길이 없다. 실제로 그런 마음이 있다고 해도 경제수석으로서 얼마나 정책에 반영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불평등이나 계층이동 문제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가 ‘호프노믹스(희망+경제학)’를 앞세워 한 발언들이 빈말이 아님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내가 그의 근사한 정치적 레토릭에 현혹된 것일까?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