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이 반대하는 야당의 20대 총선공약 내용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사내유보금 규제 강화 반대에 이어 최저임금 인상 반대,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 필요성을 주장하며 무리하고 편향된 논리를 펴고 사실 왜곡까지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전경련(회장 허창수)의 산하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은 17일 ‘정치권의 최저임금 인상 경쟁과 폐해’ 세미나를 열고, 최저임금을 올리면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이 저해된다고 주장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최근 정치권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포퓰리즘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며 “(저소득층 보호라는) 선의에서 시작한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일자리를 없애는 부작용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총선공약으로 최저임금을 시간당 6030원에서 3~4년 내 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발표자로 나선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는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면 24만~51만명의 고용 감소가 발생하고, 노동시장의 자원 배분에도 비효율성을 초래해 경제성장률이 1.48%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를 통해 내수 활성화와 경제성장에 도움을 주는 긍정적 효과는 도외시한 일방적이고 편향된 주장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 박기성 교수는 지난해부터 시간당 8.5유로의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독일이 최저임금제가 없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라는 왜곡된 주장도 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토론회에서는 최저임금 도입과 인상의 긍정적 효과에 관한 국제 사례가 다양하게 소개됐다. 독일 에센대 직업과 자격 연구소의 토르스텐 칼리나는 “독일은 최저임금 도입으로 인해 근로자 400만명의 임금이 상승했고,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높은) 동독 지역의 경우 전체 근로자의 3분의 1이 임금인상 효과를 누리게 됐다. 특히 동독 지역의 호텔, 식당 등 특정산업 노동자의 임금이 상승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정책연구소의 데이빗 쿠퍼도 “다양한 연구 결과 최저임금을 수 년 간 꾸준히 인상해도 고용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노동시장의 기능과 소비자 구매력이 향상됐다는 결과가 많다”고 말했다.
또 전경련이 이날 발표한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노동개혁 시사점’ 자료에서 송원근 경제본부장은 “최근 고용시장이 좋지 않은 것은 19대 국회에서 정년 60살 의무화,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 강화 등 노동시장을 경직화하는 법안들을 주로 통과시켰기 때문”이라고 근거가 희박한 주장을 폈다. 앞서 전경련은 17일에도 ‘기업의 사내유보 자산이 많을수록 국가경제 기여도가 크다’는 무리한 주장을 폈다.
전경련이 이처럼 연일 무리수를 두는 것은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최저임금 3~4년 내 1만원으로 인상, 파견법 완화 등 노동법 개악 반대, 대기업의 사내유보금 규제 강화 등을 공약한 야권을 견제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는 대한상의가 지난 12일 20대 국회에 협력과 소통을 통한 사회통합을 최우선으로 당부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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