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인증 기업 크루셜텍 안건준 대표. 사진 크루셜텍 제공
생체인증 기업 크루셜텍 안건준 대표
4년전 블랙베리폰 추락에 휘청
회삿돈 모두 투자 역발상 ‘결실’
연구개발 성과, 작년 흑자전환
지문인식 마우스 등 곧 상용화
4년전 블랙베리폰 추락에 휘청
회삿돈 모두 투자 역발상 ‘결실’
연구개발 성과, 작년 흑자전환
지문인식 마우스 등 곧 상용화
“위기 상황에서 회사가 갖고 있던 1천억원을 모두 투자한 게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의 크루셜텍 본사에서 만난 안건준 대표는 3년 연속 적자를 이어오다 지난해 흑자 전환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내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생체인증 전문기업 크루셜텍은 2001년 벤처기업으로 출발했다. 창사 15년 만에 비티피(BTP·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초소형 지문인식 모듈)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춰 화웨이, 샤오미, 구글(넥서스), 마이크로소프트, 소니 등 15개 모바일기기 업체에 지문인식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오티피(OTP·광학기술 기반으로 모바일에서도 마우스처럼 커서 움직임을 구현한 초소형 모듈)를 개발해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샤프, 블랙베리, 에이치티시(HTC) 등 다수의 모바일기기 업체에 공급하던 이 회사가 위기를 맞은 것은 2012년부터다. 안 대표는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던 블랙베리폰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2011년 2500억원 규모이던 매출이 급감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위기 상황에서 안 대표는 회사 보유 자금 1천억원을 모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손안에 담긴 물은 손가락 사이로 새나가기 전에 마셔야 하는 것처럼, 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어요.” 베트남 공장과 판교 연구·개발(R&D)센터를 짓는 데 600억원을 쓰고, 나머지 400억원은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크루셜텍은 직원 350여명 중 개발인력 비중이 70%에 이른다. 지적재산권을 1100여건 갖고 있고, 이 가운데 지문인식 관련 특허만 400여건이나 된다.
안 대표는 “투자 덕분에 애플보다 앞서 지문인식을 상용화하고 초소형 지문인식 모듈을 구현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보유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뿐 아니라 ‘아이시(IC·집적회로)-패키징-알고리즘’ 기술을 모두 갖춘 지문인식 통합 솔루션 기업으로 확실한 경쟁력을 갖게 됐다”고 내세웠다.
2014년 734억원까지 떨어졌던 매출은 지난해 2625억원, 영업이익은 144억원으로 올랐다. 올해 1분기도 매출 800억원에 영업이익 4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195.7% 급증하고 흑자로 전환했다. 안 대표는 “세계적으로 지문인식 모듈 채택이 중저가 스마트폰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어, 올해는 지난해 매출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루셜텍은 이미 개발된 지문인식 신용카드와 지문인식 마우스도 곧 상용화할 계획이다. 오는 6월8일 노무라증권 후원으로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신제품 발표회에서는 지문인식 아이시 및 알고리즘 기술을 공개할 예정이다.
안 대표는 “케이블 텔레비전·아이피(IP) 텔레비전에서 유료 콘텐츠 이용이나 쇼핑을 위한 안전한 간편결제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 전용 리모컨 시장 진출도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영미 선임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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