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계백병원 “납 성분 포함된 학용품, 액세서리 등 최대한 멀리해야”
우리나라 청소년의 혈중 납 농도가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납은 사람의 피 속에 분포하다가 결국 90% 이상 뼈에 쌓여 식욕 부진, 빈혈, 소변량 감소, 팔·다리 근육 약화를 비롯해 각종 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미정·김신혜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0~19세 남녀 청소년 1천985명의 혈중 납 농도를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조사대상자의 혈중 납 농도 평균수치는 1.34㎍/㎗이었다. 이는 독일, 벨기에 청소년과 비슷한 수준이고, 미국(0.68㎍/㎗), 캐나다(0.80㎍/㎗), 일본 청소년(0.96㎍/㎗)보다는 높은 수치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또 남자 청소년(1.48㎍/㎗)이 여자 청소년(1.19㎍/㎗)보다 수치가 높았고, 중고등학생(1.31㎍/㎗)보다 오히려 초등학생(1.44㎍/㎗)의 혈중 납 농도가 짙은 것으로 분석됐다.
주거지의 경우 아파트에 사는 청소년보다 단독주택에 사는 청소년의 혈중 납 농도가 올라갔으며, 흡연 및 음주를 하는 청소년의 혈액 속에 납이 더 많이 축적돼있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었다.
다만, 연구진은 살아온 환경, 신체조건(체중, 키 등) 등 다른 외부 요인도 혈중납 농도 수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납은 페인트 부스러기, 번잡한 거리의 집 근처 토양, 미세먼지, 오래된 집의 급수시설을 통한 음용수, 납 유약 세라믹, 납땜이 된 캔, 납을 포함한 컬러잉크 등에서 배출된다.
특히 안전성 기준에 맞지 않은 장난감, 액세서리, 학용품에 의해 노출될 가능성이 크므로 주의해야 한다.
김신혜 교수는 “몸에 쌓인 납은 좀처럼 배출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적혈구, 심혈관계, 내분비계, 소화기계, 신장, 면역 및 생식기 등 모든 장기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유아뿐만 아니라 성장기 청소년에게 신경 행동발달장애, 학습능력저하,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등을 유발하고, 빈혈과 성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만큼 납에 노출되지 않도록 평소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성인과 비교했을 때 유아, 청소년은 단위 체중 당 마시는 공기, 물의 양이 많아서 납 흡수율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유아, 청소년은 납 성분이 포함된 물품의 신체 접촉을 최대한 피하는것이 바람직하다.
박미정 교수는 “농도가 낮아도 납 노출은 안전하지 않다는 연구가 계속 발표되고 있다”며 “장난감, 학용품, 의류 등에 대한 안전 교육과 더불어 평소 납 농도를 줄이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소아과학회지(Korean Journal of Pediatrics) 최근호에 게재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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