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고준위 폐기물 첫 로드맵
부지선정위 구성 ‘사회적 합의’ 빠지고
포화상태 ‘임시저장’ 대책 없어
부지선정위 구성 ‘사회적 합의’ 빠지고
포화상태 ‘임시저장’ 대책 없어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사용후 핵연료 등을 처분할 터를 2028년까지 선정하고 2053년부터 영구처분장을 가동하는 내용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30여년 동안 해법을 못 찾을 정도로 첨예한 갈등을 빚었던 사안임을 고려해 신뢰받는 부지선정위원회 구성이 최우선 과제임에도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일정이나 계획이 빠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화가 코앞에 닥친 원전 부지 안 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고 미래계획만 내놓았다는 지적도 받는다.
산업부는 “앞으로 12년 동안 부적합 지역 배제, 부지 공모, 부지 기본조사, 주민의사 확인, 부지 심층조사 등 과학적인 조사와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부지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분장 건설 과정에서 부실한 지질조사와 지원금을 앞세운 지역공모 방식이 주민의 신뢰만 떨어뜨렸다는 평가를 받는 마당에 똑같은 답습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정부, 국회의원, 원전 사업자, 환경단체, 과학자, 일반시민 등이 모두 참여하는 부지선정위원회 구성이 우선돼야 한다. 안전성에 대한 확신을 주지 못하면 부지 선정은커녕 지질조사를 하지도 못하고 쫓겨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웨덴이나 핀란드의 경우 관계자들이 지역에 거주해 신뢰를 쌓아가면서 지질조사를 했음에도 부지 선정에 20~30년이 걸렸다. 일본에서는 2007년 공모를 했지만 단 한 곳만 신청을 하고 그나마 주민의 반대로 뒤에 신청이 취소됐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정부 발표에는 국제적 원자력기구들이 권고하는 최종처분장 원칙 곧 ‘회수 가능성’과 ‘가역성’도 빠져 있어 신뢰 쌓기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회수 가능성은 처분장에 문제가 있을 때 고준위폐기물을 회수할 수 있다는 조건이고, 가역성은 처분장이 확정돼도 주민들이 거부하면 취소될 수 있다는 조건을 말한다.
최종처분장의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정부의 중간저장 추진은 현실적 대안으로 받아들여지지만 한곳에 모든 사용후 핵연료를 모으는 집중형 방안은 이동중 사고 위험, 지역갈등 유발 가능성, 재처리 의도에 대한 의심 등을 고려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평이다.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교수는 “원전 부지 안 저장을 법률상 ‘임시저장’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상 기본계획에서 말하는 중간저장과 같은 개념으로, 현재 부지별로 습식저장하고 있는 것을 건식저장으로 바꿔 최종처분장을 확보할 때까지 가동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의 기본계획에는 2019년 월성부터 시작해 2038년 신월성까지 원전 부지 안의 임시저장고가 포화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는 애써 무시하고 30~40년 뒤의 로드맵만을 그럴듯하게 만드는 것은 정부의 책임 있는 행동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이순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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