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석유시장의 대표 유종인 브렌트유가 배럴당 50달러 선을 넘어섰다.
26일 싱가포르 석유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1% 올라 배럴당 50.26달러에 거래됐다. 브렌트유는 지난 1월20일 27.88달러까지 떨어져 12년 만에 최저 가격을 기록한 바 있다. 브렌트유가 50달러를 넘긴 것은 거의 7개월 만으로, 올해 저점 대비 80%나 올랐다. 전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유도 49.97달러까지 올랐다.
국제유가가 일제히 오름세를 보인 배경에는 미국 원유 재고와 생산량 감소, 주요국 증시 강세 등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달 20일 기준으로 미국의 원유 재고가 전주보다 420만배럴 감소한 5억3700만배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로이터가 예측한 감소량 250만배럴보다 170만배럴 더 줄면서 재고 해소 기대가 유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또 지난주 미국 원유 생산량이 일평균 876만7천배럴로 11주 연속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이 그리스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에 합의하면서 미국과 독일, 영국 등 증시가 전날보다 1% 안팎 상승하고 달러가 약세를 보인 것도 유가를 밀어올렸다. 그동안의 저유가로 미국인들의 자동차용 휘발유 소비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심리적 저항선’인 50달러를 재돌파한 유가가 어디까지 갈지가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상승세가 계속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많은 편이다. 오스트레일리아 파생금융상품회사 시엠시(CMC)마케츠의 릭 스푸너 수석 시장분석가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유가를 떨어뜨릴 악재는 없지만 아직 재고가 남아 있기 때문에 50달러대로 들어서면 상승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수요가 늘고 있고, 캐나다의 산불과 리비아·나이지리아에서의 폭력 사태로 인한 공급 차질에도 세계는 여전히 원유 공급 과잉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중동 등의 산유국들 및 기존 석유업계의 견제와 저유가로 채산성을 맞추기 어렵던 셰일오일 업체들이 가격 상승 시 생산량을 늘릴 가능성도 유가의 발목을 붙잡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도 45달러를 오르내리면서 국내 휘발유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 4월까지만 해도 ℓ당 1360원대이던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값은 24일 1400원대를 돌파하고 26일 올 들어 최고치인 1410원까지 올랐다. 특히 서울 주유소 평균가는 ℓ당 1517원에 이르렀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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