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세계 주요 자동차 메이커별 생산대수
자동차 생산대수 내년 920만대로 늘리면 규모도 GM 앞질러
시장 중심축 급속이동 확인 국내업계 “위기이자 기회”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내년쯤이면 미국 제너럴모터스(지엠)를 제치고 세계1위 자동차생산업체로 올라선다는 전망이 나왔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도요타의 내년 자동차 생산대수가 920만대로 늘어나면서 생산대수 기준으로 미국 지엠을 제칠 것이 확실시 된다고 26일 보도했다. 이는 전날 도요타가 내년 자동차 생산계획을 올해보다 12% 늘어난 830만대로 정했다고 발표한 데서 나온 관측이다. 도요타그룹 계열인 다이하츠와 히노자동차의 생산분까지 합하면 도요타그룹의 내년 총 생산대수는 920만대를 넘어서, 지엠을 앞지른다는 것이다. 지엠은 북미시장에서 판매부진에 따른 생산라인 축소로 올해 생산전망치가 912만대에 머물고 내년에는 이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도요타는 미국 텍사스에 연산 20만대의 트럭생산공장을 건설 중이고, 중국 광저우를 비롯해 타이, 남아프리카, 러시아 등에도 2007년까지 잇달라 새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도요타의 자체 계획만 보더라도 2007년에는 연간 생산대수가 980만대, 2008년에는 1천만대를 돌파하게 되어 있다. 이에 따라 현재 12% 수준인 세계시장 점유율을 2010년에는 1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게 도요타의 목표이다. 일본 언론들은 도요타가 해마다 10조원이 넘는 이익을 내 내실을 다지고 있는데다 생산규모에서도 지엠을 앞질러 자동차산업에서 명실상부하게 세계 최고봉에 올라설 것이라고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다. 두 그룹 전체 생산대수를 감안하면 이런 보도에는 다소 과장이 섞여있다. 지엠의 경우 우리나라의 지엠대우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다른 계열사 생산분을 포함시키지 않고 계산하고, 도요타는 일본 내 2개 계열사를 모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자동차산업의 중심이 미국의 ‘빅3(지엠, 포드, 크라이슬러)’에서,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회사로 이동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현대자동차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의 박동철 부장은 “일본 언론들의 최근 보도는 도요타가 세계 1위로 올라서겠다는 의지를 그대로 전달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이는 지엠 뿐만 아니라 전세계 자동차업계에게 큰 파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요타가 세계 1위에 올라서려면 고급차 시장 뿐만 아니라 중저가 양산차 시장에서도 대대적인 공략을 펼칠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업체들과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박동철 부장은 “현대·기아차가 우위에 있는 내수와 수출시장에서 지금까지는 꾸준히 성장을 하고 있지만, 도요타의 견제가 곧 시작될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요타의 약진을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김준규 산업조사팀장은 “전세계 자동차산업의 중심이 도요타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권으로 이동하고 있는만큼 한국업체들도 이에 편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생산대수 기준으로 지난해 세계 8위인데, 2010년까지 세계 5위 안에 들어간다는 목표이다. 김 팀장은 그러나 △브랜드 가치 제고 △친환경 자동차 개발능력 강화 △부품소재산업 육성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 등 국내 자동차회사들의 현안 과제를 슬기롭게 해결하지 못하면 앞으로 10년 내 중국에 추격을 당하고 일본과 유럽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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