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까지 비과세…승계 도구 이용 의심
최상목 기재1차관 “한도 적정성 논의”
최상목 기재1차관 “한도 적정성 논의”
정부가 공익법인의 특정 기업 주식 보유 한도를 조정하기로 했다. 공익법인이 특정 회사의 주식을 기부받을 경우 발행주식의 5%까지 상속·증여세 비과세 혜택을 받고 있는데 그 상한을 올리는 걸 검토한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을 비롯한 재벌 승계 과정에 소요되는 막대한 세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우회로’를 넓혀주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예상된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1일 “최근 공익법인의 주식 보유 한도가 적정한가에 대한 논란이 있어 이달 안에 공청회를 통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며 “논의 결과 등을 본 뒤 세법개정안에 관련 내용을 담을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은 공익법인이 한 회사 주식의 5% 이상(성실공익재단은 10%)을 출연받을 경우, 초과분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익사업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한 비과세 혜택인 셈이다. 그러나 재벌이 보유하고 있는 공익재단은 종종 경영권 승계를 위한 도구로 이용된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삼성그룹이 대표적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직을 맡으면서 그룹 승계 절차를 공식화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생명 지분 2.18%, 삼성물산 지분 1%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문화재단도 삼성생명 지분 4.68%, 삼성화재 지분 3.1% 등을 보유해 그룹 지배구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앞서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삼성에버랜드)이 합병하면서 신규 순환출자가 형성되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에스디아이(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2.6%(7600억원어치)를 매각하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삼성물산 지분 인수에서 보듯 재벌 대기업들은 여전히 공익재단을 통해 지배력 강화를 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자칫 재벌의 편법 증여를 막기 위해 마련된 법적 근거가 허물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차관은 “주식 보유 한도에 대해서는 상향·하향 요구가 모두 존재한다”며 “정부가 방향성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논의의 장을 만드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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