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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건강한 ‘제2 인생’ 꿈꾼다면 산촌이 최선의 선택”

등록 2016-06-02 18:43

조연환 한국산림아카데미 이사장. 사진 강성만 선임기자
조연환 한국산림아카데미 이사장. 사진 강성만 선임기자
[짬] 임업교육전문 한국산림아카데미 조연환 이사장
조연환(68) 한국산림아카데미 이사장의 호는 은산(恩山)이다. 그에게 산은 어머니처럼 은혜로운 곳이다. 1967년 충북 보은농고 졸업 뒤 9급 말단으로 산림청에 들어와 2006년 1월 산림청장으로 퇴직할 때까지 38년 4개월 동안 재직했다. 그뒤 3년간 천리포 수목원장을 지냈고 지난해부터는 아내와 함께 숲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6년째 ‘숲과 함께 인생 2막’을 꿈꾸고 있는 이들의 안내자 구실도 하고 있다. 2011년 안진찬 아이티아이(ITI) 산업교육연구원장과 함께 만든 민간 임업교육기관 산림아카데미는 숲을 활용해 돈을 벌 수 있는 길을 알려준다. 1년짜리 산림 최고경영자 과정은 그동안 7기에 걸쳐 500명 이상이 이수했다. 그를 1일 대전 서구 산림아카데미 사무실에서 만났다.

농고 나와 38여년 산림청 근무
2006년 퇴직한뒤 금산서 ‘농사’
아카데미 열어 ‘귀산촌’ 길잡이
“9급~산림청장 경험 살려 조언”

15일 개강 ‘시니어 산촌학교’ 강의
“노 전 대통령 ‘봉화네트워크’ 기억나”

그는 생명의 숲과 국립산림과학원이 함께 진행하는 ‘시니어 산촌학교’(forest.or.kr) 강사로 참여한다. 4주 과정으로 6월15일~7월16일, 9월20일~10월16일, 2회 열리는 이 프로그램은 수강료 60만원 가운데 50만원을 유한킴벌리의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기금’에서 지원한다. 그가 맡은 강의는 ‘산림에서 보물찾기’다.

제2의 인생 선택지로 산촌을 생각하는 이들이 제법 있다. 지난해 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를 보면, ‘산림에서 살고 싶다’는 이는 2006년 59.3%에서 2015년 76.4%로 늘었다. “2011년 1기 수강생은 임업과 무관한 분들이 30% 정도였지만, 지금은 70%나 됩니다.” 아카데미의 주 교육장이 공주시에 있음에도 현재 수강생의 수도권 거주 비중은 40%나 된다. 1기 땐 10%를 밑돌았다. 은퇴자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는 얘기다.

“처음 아카데미를 만들 때 반신반의했어요. 지자체가 전액 지원하는 농업기술교육도 쉽지 않은데, 교육비를 전액 자부담하는 프로그램에 얼마나 올지 자신이 없었죠. 1기 때 120명이 지원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수강료도 230만원에서 350만원까지 꾸준히 올랐으나 수강생은 80~90명선을 유지하고 있다. “산을 방치하고 있는 주인들이 꽤 많아요. 퇴직한 뒤 농사짓기는 어려울 것 같고 산은 설렁설렁 돌아다니면 될 것 같아서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많고요.”

그 역시 ‘귀산촌’ 10년이 됐다. 산림청장 퇴직 직후인 2006년 2월 충남 금산군 남일면으로 내려가 300여 평의 밭에서 농사를 짓는다. 일주일에 이틀은 꼬박 농사일로 땀을 흘린다.

이사장이지만 그는 아카데미 교육 현장에도 자주 동행한다. “강사가 요즘 돈 되는 나무가 편백나무라고 하면, 저는 산의 위치나 규모, 소유주가 처한 상황 등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설명을 해줍니다. 산림청에서 말단부터 청장까지 지낸 덕분에 이런 건 잘 알죠.”

귀산촌한 수료생을 찾아 조언을 하기도 한다. “1기 수강생이 전북 무주에서 호도 농장을 일궈 지금은 자리를 잡았어요. (수료생은) 애초 고로쇠 나무를 키우려고 했는데, 제가 군에서 집중지원하는 작목이 좋다며 호도 나무를 추천했죠.” 그는 무주의 이 농장을 성공 모델로 꼽는다. 짧은 시간에 자리를 잡은 요인은 뭘까 “짧은 시간에 동네 부인회, 노인회, 공무원과 좋은 관계를 맺었죠. 이런 친화력과 끊임없이 배우려 하는 열정 두 가지가 답입니다.”

실패로 끝나는 사례도 많다. 가장 큰 요인은 지역 주민들과의 불화다. 그는 땅 측량 때부터 갈등이 시작된다고 했다. 땅주인에겐 지극히 합리적 행위이지만, 이웃 주민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시골 가면 누구나 집을 열어놓고 마을 행사 때 찬조금을 내놓지요. 그러나 이 걸로는 대화의 고리를 만들기 쉽지 않아요. 공통된 대화 주제가 없어요. 깻잎 따는 시기라면 ‘요즘 깨값 좋아요’ 이런 말하고 나면 서로 할 말이 없어요. 살려고 왔다면 어떻게든 마음을 열고 지역주민 속으로 녹아들어야 합니다.”

그가 귀산촌인에게 특히 강조한 점은 ‘신중함’이다. “농사는 그해 배추가 망하면 그 다음해 고추 심으면 됩니다. 하지만 산은 실패하면 (복구에) 10년이 걸리지요.”

은퇴자들에게 귀산촌은 어떤 선택지일까. “산에서 뭘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귀산촌은 결코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하지만 당장 생계 걱정이 크지 않으면서 건강한 삶을 지향하는 은퇴자들에겐 최선의 선택이지요.” 그 이유는 여럿이다. 땅값이 농지의 10분의 1 정도이고, 집 짓기도 쉽고, 농사처럼 힘들거나 매일 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농약이나 비료, 제초제 줄 일도 없기 때문이란다. “준비는 최소 5년 전에 해야 합니다.”

그는 인구 늘리기가 발등의 불인 지자체에 이런 조언을 했다. “제가 군수라면 당장 면장회의를 소집해 이런 지시를 내리겠어요. 면의 전입담당 직원은 전입 신고 때 ‘오신 걸 환영합니다. 뭘 도와드릴까요?’ 이런 인사 매뉴얼을 만들어 응대하고 면장은 그 다음날 전입자를 직접 찾아가 환영인사를 하고 이장에게는 어려운 점 있는지 챙겨보도록 하면 됩니다. 쉬울 것 같은데 이게 잘 안됩니다. 일선 공무원들은 귀촌인들을 여전히 사무적으로 대하지요.”

그는 ‘외지인 네트워크 구성’도 강조했다. 지자체에서 외지에서 온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연결망을 만들어 스스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장 시절인 2005년 8월 유홍준 문화재청장과 같이 노무현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어요. 노 대통령이 ‘농촌에 인적자원이 없다. 내가 시골 가서 봉화 인력네트워크를 만들고 싶다. 이렇게 해서 도시민들이 농촌으로 내려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정말 진지하게 이야기를 했었죠.”

대전/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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