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투자 손실 뒤에도 무대책
‘삼성 합병 찬성’ 자체 의결 이후
전문위, 불투명 논란 되풀이 막으려
안건상정 권한갖는 방안 제출했지만
기금위, 수개월째 논의 미뤄
복지부 “의견차 조정한 뒤에야 가능”
‘삼성 합병 찬성’ 자체 의결 이후
전문위, 불투명 논란 되풀이 막으려
안건상정 권한갖는 방안 제출했지만
기금위, 수개월째 논의 미뤄
복지부 “의견차 조정한 뒤에야 가능”
국민연금은 지난해 다수 기관의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면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아 논란을 부른 바 있다. 정부·가입자단체·학계 등에서 추천하는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전문위원회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스스로 의결권 행사를 결정하기 곤란한 사안을 위임받아 처리하는 독립 기구다. 그런데도 당시 국민연금은 전문위원회에 아예 안건조차 올리지 않은 것이다.
이런 불투명한 의사결정을 막으려 전문위원회가 올해 초 자체 권한으로 안건을 상정할 수 있도록 내부 지침을 바꾸는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아직까지 이를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전문위원들은 개별 의결권 행사 안건에 대해 전문위원 3인 이상이 요청할 경우에는 해당 안건을 의무적으로 전문위에 회부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침 개정안(국민연금기금운용지침 개정안)을 마련해 기금운용위원회에 제출했다. 지침 개정 권한은 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해 국민연금 이사장·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 대표 및 관련부처 차관 등 20명으로 이뤄진 기금운영위에 있다.
현재 의결권 행사 지침(8조2항)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기본적으로 자체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하되 “기금운용본부가 찬성 또는 반대하기 곤란한 안건은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위원회는 기금운용본부가 요청한 안건만 심의할 수 있다.
전문위원회는 국민이 낸 보험료로 운영되는 국민연금의 독립적이고 공정한 의결권 행사를 위해 2006년 구성됐다. 국민연금 투자위원회가 인사권자인 기금운용본부장을 위원장으로 해 산하 센터장들로 위원이 구성되다 보니 독립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자 이를 보완하려 설치한 기구다.
그럼에도 독자적인 안건상정 권한조차 갖지 못해 제 역할을 하기 어려워지자 전문위원들이 지침 개정안을 제출한 것이다. 그러나 개정안은 상반기가 다 지나도록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잠시 논의가 됐지만 이견만 확인하고 끝났다. 5월 기금운용위에서는 안건으로조차 상정되지 않았고 6월에도 상정 예정이 없다. 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은 “지금까지 의결권행사지침 개정안을 냈을 때는 거의 곧바로 논의돼 반영됐다. 이렇게 늦은 처리는 이례적”이라며 “4월에 전문위원들이 회의를 열어 6월에는 꼭 심의되도록 요구했다”고 말했다.
반면 최홍석 복지부 국민연금재정과장은 “관련 안건에 대해 기금운용위원들 간 의견 차이가 너무 커서, 어느 정도 조정이 된 뒤에야 안건 상정이 가능할 것 같다. 해외 사례 등도 조사해 재상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삼성물산의 불공정한 합병비율을 지적한 서울고등법원은 “국민연금이 직접 자문을 의뢰한 외부 의결권 전문기관의 자문 결과와 반대로 의결권을 행사하면서도 전문위원회에 결정을 요청하지 않았다”며 이는 에스케이(SK)와 에스케이씨앤씨(SKC&C)의 합병 때 국민연금이 전문위원회의 결정을 요청했고 그 결정에 따라 반대의견을 낸 것과 차이가 있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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