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의 사업구조 개편 이후 이재용 부회장 지분변동 예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에스디에스(SDS) 사업개편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 하는 것일까? 삼성이 에스디에스의 물류와 아이티(IT)사업을 분리하고,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이를 각각 합병 또는 인수하는 내용의 사업구조 개편에 대해 부분적으로 시인함에 따라 사업개편의 목적에 관심이 모아진다.
에스디에스는 3일 거래소의 조회공시 요청에 “사업분할을 고려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다만 분할 이후 합병 등 추가계획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인수주체로 거론되는 삼성물산과 삼성전자도 각각 에스디에스 사업부와의 합병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에스디에스를 분할한 뒤, 시간을 두고 각각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에스디에스는 8일 이사회에서 사업분할 방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투자자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날 에스디에스 주가는 14만9000원으로 전날에 견줘 10.8%(1만8000원) 급락했다. 반면 그동안 약세를 보이던 삼성물산 주가는 12만2000원으로 7.02%(8000원)나 올랐다. 에스디에스의 주가 하락은 그동안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기대하며 형성된 ‘지배구조 프리미엄’이 사라진데 따른 실망 때문으로 보인다. 2014년 말 상장 직후 최고 주가인 42만9500원에 견줘 3분의 1 토막이 난 시점에서 사업개편을 단행하면 지배구조 프리미엄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의 에스디에스 사업개편 추진 이유로는 크게 세가지가 꼽힌다. 첫째는 에스디에스 지분 17%를 보유한 이재용 부회장 오누이들의 ‘출구전략’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재용 오누이가 에스디에스 주식을 시장이나 계열사에 팔기 어렵다면, 사업재편 형식을 빌어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의 주식으로 바꿔타는 것이 손쉬운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둘째는 삼성물산이 지난해 합병 이후 실적과 주가가 모두 지지부진한 터에 에스디에스로부터 물류사업을 넘겨받아 새 성장사업을 확보하는 효과다. 벌써 시장에서는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물류 자회사인 삼성로지스틱스까지 인수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셋째는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 효과다. 에스디에스는 2014년 상장 때부터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전자와 합병이 이뤄질 것이라는 설이 나돌았다. 삼성으로서는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 파동으로 직접 통합은 무리가 있다고 보고, 1차 분할-2차 합병의 우회전략을 택한 것일 수 있다.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 효과는 사업개편 방식에 따라 유동적이다. 시장의 한 전문가는 ‘삼성전자-에스디에스 아이티사업’ 합병과 관련해 “두 회사의 자산규모 등을 감안해 합병비율을 1대 0.1로 가정하면, 이 부회장의 통합 삼성전자 지분이 현재 0.58%에서 1.01%로 두배 가까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삼성의 핵심임을 감안할 때 큰 의미가 있다. 이 부회장의 여동생인 이부진·이서현 사장도 삼성전자 지분이 각각 0.2%씩 생긴다. 삼성물산과 에스디에스 물류사업의 합병에 따른 이 부회장의 지분 변동(합병비율을 1대 0.12로 가정할 경우)은 미미할 전망이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