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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2018년엔 조선업 업황 개선” 낙관론 내세워 폭탄 돌리나

등록 2016-06-09 19:25수정 2016-06-09 22:26

정부 구조조정 대책 이후
신규 수주량 예상치
외국분석기관 ‘최악·최선’ 상정
정부는 낙관적 전망에만 기대

은행 자본확충 산정근거도 불분명
차기정부에 부담 떠넘기기 의혹
“조선업 세계 전망을 보면 2018년부터 상황이 나아질 수 있어 그때까지 버티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8일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 필요한 자본확충 규모(5조~8조원)를 밝히면서 이렇게 말했다. 정부의 구조조정안은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는 모두 10조3천억원의 자구안을 마련해 각자도생하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국책은행이 조선업 등 취약업종에 넣은 여신이 부실화돼 자본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본확충 소요 비용을 추산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구조조정안이 적정한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우선 정부는 조선업 업황이 3년쯤 뒤인 2018년이면 정상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위 관계자는 “조선·해운 분석 기관인 클라크슨리서치의 조선업 전망을 근거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 기관이 지난 3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세계 조선업의 수주량(척수 기준)은 ‘정상적인 경우’(base case)엔 2016년에는 934척, 2017년 1140척, 2018년 1431척, 2019년 1530척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지난 2014년과 2015년엔 각각 2156척, 1327척이었다. 반면 ‘나쁜 경우’(low case)엔 2018년 846척, 2019년 963척으로 축소되고, ‘좋은 경우’(high case)에는 같은 기간 2467척, 2599척 등으로 크게 늘어나리라 예측했다.

한 증권사의 조선업 담당 분석가는 “2018년이면 조선업 업황이 나아질 가능성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유가 흐름 등에 따라 더 나빠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따라서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짚었다.

과거 해운업 구조조정의 실패 사례도 이런 우려를 부추긴다. 2008년 금융위기 때 4666억원을 출자했고, 2013년엔 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을 동원해 이들 회사의 1조원 넘는 회사채를 인수했으나 결국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지 못했다. 당시 구조조정 계획을 짠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때는 글로벌 리서치센터나 국내 증권사 모두 5년 안에 업황이 좋아질 수 있다고 봤다. 이를 토대로 지원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실제 조선 3사가 내놓은 전망도 크게 엇갈린다. 현대중공업은 2010~2015년 연평균 수주액이 183억달러였는데, 2018년에는 181억달러로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견해지만 삼성중공업은 같은 기간 110억달러에서 59억달러로 절반 가까이 감소하고, 대우조선해양 역시 123억달러에서 90억달러로 줄어든다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의 전망은 유가가 100달러 수준까지 올라야 가능한 시나리오인데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런 분석의 적정성을 검증할 정보를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현재 취약업종으로 분류된 조선·해운·철강·석유화학 등 경기민감업종은 국제유가나 금리 수준 예측치에 따라 전망도 크게 달라진다. 국책은행의 자본확충 소요 추산액도 마찬가지다. 경제적 변수나 업황이 예상보다 악화될 경우 자구안 규모나 자본확충액도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부는 지금껏 다소 안이한 상황 인식을 내보였다. 대표적으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산업은행(4조원)과 수출입은행(9조원)의 여신을 여전히 ‘정상’으로 분류하고 충당금을 쌓지 않은 것이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수주절벽이나 분식회계 등을 감안하면 ‘정상’ 여신으로 분류하는 게 ‘비정상’”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정부가 낙관적 전망을 내세운 배경으로 당장의 부담을 피하고 다음 정권에 ‘폭탄 돌리기’를 하려는 의도가 자리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나온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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