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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주목할 만한 이주열 한은 총재 발언

등록 2016-06-10 16:37수정 2016-06-10 18:11

목표 물가 하회 설명 필요성 커져
주택대출 규제 어떤 주문할지 관심
기준금리 하한 관련 반론 나올 수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의 경제상황을 두고 여러 얘기를 했다. 간담회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가 1년만에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내린 뒤 열렸다. 이 총재 발언 가운데 언론에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주목할 만한 내용을 소개한다.

먼저 이 총재의 물가 발언이다.

“5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농산물가격의 상승폭 둔화 등에 따라서 전월의 1.0%에서 0.8%로 낮아졌습니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도 1.6%로 낮아졌습니다. 앞으로도 소비자물가는 저유가의 영향과 낮은 수요 압력 등으로 물가안정목표 2%를 상당폭 하회하는 낮은 상승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을 하고 있습니다.”

한은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물가안정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은의 주된 설립목적은 물가안정이고 이를 이루기 위해 물가안정목표제를 시행중인데 올해부터 2018년까지 물가목표는 2%(소비자물가 기준)다. 이에 따라 이 총재가 물가목표 달성 실패와 관련해 국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설명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부터는 물가상승률이 6개월 연속해서 목표치를 ±0.5% 포인트 넘게 벗어나면 총재가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이탈 원인과 물가 전망 경로, 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이후 3월까지 물가상승률은 0.8, 1.3, 1.0%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개회하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1년 만에 0.25%포인트 낮춰 사상 최저 수준인 1.25%로 내렸다.  공동취재사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개회하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1년 만에 0.25%포인트 낮춰 사상 최저 수준인 1.25%로 내렸다. 공동취재사진
이 총재는 저물가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물가 목표를 이뤄야 할 당위성을 에둘러 말해준다.

“저인플레이션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에 경제주체들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합니다. 저인플레이션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경제주체들의 미래에 대한 기대, 긍정적 기대가 약화될 수 있고 또 기업 투자심리를 약화시키는, 그래서 경제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음은 가계부채 발언이다.

“최근 금융기관 가계대출이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그리고 은행보다는 비은행 금융기관을 통해서 대출이 상당히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은행의 여신심사기능 노력이 좀 더 본격화되고 또 하반기 중에는 비은행권에 대해서도 가계대출을 관리하는 노력이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큰 폭의 증가세는 좀 둔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가 금리를 이번에 낮춘 만큼 가계부채에는 더 유념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도 가계대출 동향을 면밀히 지켜보고 특히 거시건전성 정책 차원에서 이것에 대한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그에 따라서 감독당국, 정부와 이 문제는 긴밀히 협의해 나가도록 그렇게 하겠습니다. … 가계부채 대책은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대처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그쪽이 적절하다 하는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이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를 계기로 증가 추세가 가팔라질 수 있는 가계대출 문제의 해법으로 거시건전성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주택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게 지금 단계에서는 적절하다는 말로 풀이된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우려하며 기준금리 인하에 반대해온 일각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이 총재가 해당 규제를 맡고 있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에 어떤 주문을 할지 관심을 끈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원장도 10일 지난 2014년 완화된 LTV와 DTI를 정상화(규제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기준금리 하한 발언이다.

“원론적으로 말씀을 드립니다만 우리나라가 기축통화국이 아닌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이기 때문에 늘 자본유출의 위험이라든가 국가신용등급 차이 이런 것을 감안해서 주요 선진국보다는 금리가 좀 높아야 되지 않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기준금리의 실효하한이 … 정확히 얼마다 라고 딱 집어 말씀드리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금리를 낮추더라도 주요 선진국보다는 높아야 되겠고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금리를 낮췄기 때문에 그런 실효하한이라고 할까요 그 수준에 가까이 가고 있는 것만은 사실 아니겠느냐, 그래서 앞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때도 늘 그런 것도, 이러한 점도 연구하고 검토하고 눈여겨보고 있다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 가까이 간다는 것이 앞으로 이것이 마지막이고 더 이상 추가 여지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한은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는 하한선이 선진국보다 높다고 보며 현재 그 수준에 다가서고 있다는 취지의 얘기를 하고 있다. 귀담아들을 만한 내용이다. 하지만 반론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처럼 ‘기축통화국이 아닌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이면서도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수준으로 내린 나라들이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과 스위스, 덴마크, 헝가리가 그런 나라들이다. 이 총재는 이런 현실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한편, 금융시장 한편에서는 한은이 올해 한차례 기준금리를 더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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