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외감법 개정안 추진” 밝혀
2년 전에도 추진했다 결과 못내놔
회계법인 대표 제재 포함시켰지만
정작 분식회계한 기업에는 손 안대
재취업 2년 금지 조항 아예 빼버려
2년 전에도 추진했다 결과 못내놔
회계법인 대표 제재 포함시켰지만
정작 분식회계한 기업에는 손 안대
재취업 2년 금지 조항 아예 빼버려
“국제적 수준의 회계 인프라가 현장에서 보다 실효성 있게 기능할 수 있도록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대한 법률’(외감법) 전부 개정을 통해 제도적인 뒷받침을 하겠다.”(2014년 10월7일)
“금융위원회는 회계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으나 대규모 분식회계 및 부실감사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2016년 6월10일)
대우조선해양 등의 대규모 부실이나 분식회계를 발견하지 못하고 ‘문제가 없다’는 의견만 내온 회계법인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금융위가 부실감사를 한 회계법인의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묻는 등의 내용을 담은 외감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12일 밝혔다. 하지만 2년 전에도 비슷한 내용의 법률 개정을 추진해놓고 아무런 결과를 내놓지 못한데다 내용도 후퇴한 것이어서 과연 금융당국이 부실감사를 막으려는 의지가 있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는 이번 개정안에 부실 감사의 책임을 회계법인의 대표에게 지워 공인회계사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뒀다. 지금은 그 책임을 현장 감사 담당자한테만 물었다. 이석란 금융위 공정시장과장은 “회계법인 대표는 법인의 감사인력 투입 규모를 결정하고 전반적인 보고를 받으면서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며 “기업의 방만 경영이 드러났을 때 기업 대표가 책임을 지는 것처럼 회계법인 대표도 부실 감사에 대한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회계법인이 저가에 일감을 받아오다 보니 감사 인력과 시간을 충분히 투입하지 못해 부실감사가 되풀이된 것으로 보고 이런 문제를 막아보자는 취지다.
반면 회계사들은 분식회계의 일차적 책임이 있는 기업 관계자에 대한 처벌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는 태도다. 청년회계사회 소속 이총희 회계사는 “재무제표 작성 책임이 있는 기업의 대표이사나 임원에 대한 징계 강화가 우선인데도 이 같은 내용은 슬그머니 빠져 있다”고 짚었다. 2003년 에스케이(SK)글로벌(현 에스케이네트웍스)의 1조5천억원에 이르는 분식회계가 드러났을 때 최태원 회장은 물론 문덕규 전무 등은 2008년 6월 집행유예를 받고 2개월 뒤 8·15 사면을 받았다. 이어 문 전무는 다시 에스케이그룹으로 복귀해 분식회계와 연루된 에스케이네트웍스 사장까지 지냈다. 기업이 회계법인을 골라 감사를 하는 현실에서 분식회계 책임자가 언제든 다시 ‘갑’의 위치에 설 수 있다면 ‘을’의 처지에선 엄정한 감사를 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금융위도 이런 점을 고려해 2년 전 법 개정 추진 때는 분식회계와 관련 있는 회사의 임원에 대해 상장사 재취업을 2년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이번에는 아예 빼버렸다. 이에 대해 이석란 과장은 “규제개혁위원회가 과도한 규제라고 지적해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을 선정하는 권한을 회사 경영진이 아닌 감사나 감사위원회로 이관하도록 한 내용도 실효성을 의심받는다. 이는 감사 대상 회사 경영진과 회계법인 간 유착을 끊기 위한 것이지만, 회사가 뽑은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가 회계법인을 선정하더라도 회사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서다. 아울러 분식회계를 저지른 회사에 대한 과징금을 지금은 가장 큰 1건에만 부과(최대 20억원)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위반행위별로 개별 부과(최대 20억원)하기로 했다. 이번 개정안은 앞으로 국무회의 의결 절차 등을 거쳐 올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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