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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MB 자원외교로 거덜난 에너지공기업 ‘축소·폐업’ 내몰려

등록 2016-06-14 16:10수정 2016-06-14 23:23

해외자원개발 무분별 동원 탓
석유·광물공사 등 부채비율 급증

자산매각 과정 손실 확정되면
세금 투입, 국민이 부담 떠안아
민영화땐 대기업 특혜 논란도
현 정부 임기 얼마 남지 않아
원안대로 추진될지도 미지수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열린 2016 공공기관 워크숍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열린 2016 공공기관 워크숍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정부는 임기가 시작된 2013년부터 거의 매년 굵직한 공공기관 개혁 방안을 내놨다. 부채를 줄이고 중복·유사 업무를 통폐합하며 성과연봉제나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이런 방안은 수십년간 누적된 공공부문의 난맥상을 끊어낸다거나 공공부문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으나 보다 직접적인 배경은 ‘엠비(MB)의 비용’을 걷어내기 위해서였다.

실제 이명박 정부는 경기 부양과 4대강 공사, 해외자원개발 등에 공공기관을 대거 끌어들였고, 그 결과 이들 기관은 사업 부실화와 투자 자산 손실, 그에 따른 재무건전성 악화 등으로 여태껏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가 14일 발표한 ‘에너지 부문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은 이명박 정부 때 해외자원개발로 골병이 든 에너지 공기업의 체질개선에 목적이 있다.

엠비 정부 때 해외자원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던 한국석유공사·한국광물자원공사·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 등은 인력·조직·사업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수술대에 올랐다. 석유공사는 현재 6개 본부로 이뤄진 조직이 4개 본부로 줄어든다. 부서 단위로는 23%가량이 문패를 내린다. 인력도 2020년 안에 현 인원의 10% 수준까지 줄인다. 지난 3월말 현재 임직원 수가 1585명인 걸 고려하면 앞으로 4년 안에 160명 남짓이 짐을 싸야 한다는 얘기다. 정리될 석유공사의 해외 자회사까지 포함하면 인력 조정 규모는 1200명이 넘는다. 광물자원공사는 아예 자원개발 사업에서 손을 뗀다. 광물비축이나 광물산업지원에만 충실하라는 뜻이다. 11개의 해외사무소를 내년에는 3개로 대폭 줄이는 등 조직 ‘슬림화’에다 전 직원(607명·3월말 기준)의 5분의 1인 118명에 이르는 인력감축도 피하지 못하게 됐다. 한전도 유연탄과 같은 발전연료 해외 개발에서 손을 떼고 인도네시아 등 4개국에서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은 모두 한전 자회사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차례로 매각한다.

큰 폭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이유는 이들 기업의 재무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어서다. 석유공사는 이명박 정부 출범 전해인 2007년 64%이던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엔 453%까지 뛰어올랐고, 가스공사는 같은 기간 228%에서 321%, 광물자원공사는 103%에서 무려 6905%까지 치솟았다. 민간 기업이라면 진작 파산 절차를 밟아야 할 상황이다. 세금 투입 없이 부채비율을 낮추려면 고강도의 구조조정은 피하기 어렵다.

한전 자회사인 발전 5사와 한전케이디엔(KDN), 한수원, 한국가스기술 등 8개 기관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주식시장에 상장된다.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고 시장의 감시·감독 강화를 앞세우고는 있지만 이 역시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부실해진 재무 안정성을 높이려는 목적이 크다. 이외에 1조원대의 누적적자를 안고 있는 한국석탄공사의 퇴출 방안이나 한전이 독점하던 전력 소매 판매 시장의 점진적 민간 개방 등은 에너지 분야의 오래된 난제에 손을 대는 계획들이다.

이런 방안들은 이명박 정부가 초래한 손실을 공공기관이 자체 자구안을 통해 해소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속살을 뜯어보면 결국은 일반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일단 석유공사 등이 해외 자산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확정되고, 그에 따라 재무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 세금 투입은 불가피하다. 특히 해외 자산 손실과 그에 따른 재무 부담은 매각 가격에 따라 큰 차이가 날 수 있는데 현재로선 그 규모를 추산하는 것조차 어렵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해외 자원 개발 사업 기능조정으로 재무 안정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할 뿐 정확히 얼마나 개선되는지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이들 에너지 공공기관의 어려운 경영상황을 앞세워 언제든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에 나설 여지도 높아졌다.

엠비의 비용을 떨어내야 할 불가피성에도 불구하고 이 방안이 원안대로 추진될지도 미지수다.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석탄공사의 단계적 사업 감축은 불가피하게 해당 지역의 대규모 실업 문제를 낳는 터라 언제든지 전국적 이슈로 확대될 수 있다. 지역 사회 반발을 의식한 탓에 정부는 단계적 감축 일정표조차 최종안에 담지 못했다. 에너지 공기업의 주식시장 상장이나 전력 소매 판매 분야의 민간 개방은 ‘민영화 수순밟기’나 ‘특정 대기업 특혜’ 논란에 휩싸일 소지가 있다. 상장 과정에서 정부 보유 지분이 줄어들게 되고, 이후 추가 지분 매각으로 경영권까지 민간 자본의 손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는 경영권을 민간에 넘기는 형태의 민영화는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에너지 공기업들의 해외 자산 매각도 ‘헐값 매각’ 시비를 낳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공공개혁은 끝까지 간다”고 밝혔으나 임기는 채 1년 남짓 남았고, 계획안의 시계는 2025년까지 길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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