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1등석처럼 편안한 프리미엄 고속버스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모든 좌석에 10.2인치 크기의 개별 모니터가 붙어 있다는 점이다. 승객들은 영화·티브이를 보거나 게임을 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비행기 1등석처럼 영화나 방송을 보고, 편하게 누울 수도 있는 ‘프리미엄 고속버스’가 한가위 연휴를 앞둔 9월12일부터 운행한다. 서울~부산(12대), 서울~광주(15대) 등 2개 노선부터 운행을 시작한다. 1992년 우등 고속버스가 도입된 뒤 24년 만의 큰 변화다.
국토교통부는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프리미엄 고속버스 시승 행사를 열었다. 세종청사에서 출발해 30분가량 떨어진 고속철도(KTX) 오송역까지 이 버스를 직접 타보니, 비행기 고급 좌석에 앉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편안했다.
우선 우등버스보다 개별 공간이 넓어졌다. 우등버스는 28석인데, 프리미엄 버스는 21석으로 줄여 앞·뒤 공간을 넉넉히 확보했다. 의자는 165도까지 뒤로 넘길 수 있어, 누워서 잠을 잘 수 있다. 신체 특징에 맞게 목 베개를 조절할 수 있고, 좌석 사이에 가림막(커텐)까지 있어 사생활 보호도 가능하다.
모든 좌석에 10.2인치 크기의 개별 모니터가 붙어 있는 게 눈에 띈다. 버스 안에서 즐길 거리가 부족했던 우등버스와 달리 프리미엄 버스는 모니터를 통해 영화 등을 보거나 게임을 할 수 있다. 스포츠·영화·드라마 등 170개 채널을 제공한다. 버스 안에서 업무를 보거나 식사를 할 수 있게 좌석마다 테이블을 설치한 것도 장점이다. 개인용 독서 전등과 충전용 유에스비(USB) 단자도 모든 좌석에 마련됐다.
우려되는 서비스도 있다. 승객들이 화장실을 가고 싶거나 불편한 점이 있을 땐 모니터를 통해 운전자를 호출할 수 있도록 돼 있는 점이다. 자칫 빈번한 호출로 안전 운행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리미엄 버스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제작했으며, 버스마다 편의시설에 약간의 차이는 있다.
프리미엄 버스는 전체 21석으로 개별 공간이 넓어져 의자를 뒤로 넘긴 채 잠을 잘 수 있다. 14일 세종청사에 진행된 시승행사에 참석한 최정호 국토부 2차관이 좌석에 누워서 홍보책자를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이 버스의 가격은 고속철도보다 싸고, 우등버스보다는 30%가량 비싸다. 서울~부산까지 고속철도 5만9800원, 우등버스는 3만4200원인데 프리미엄 버스는 4만4400원으로 책정될 예정이다. 서울~광주는 고속철도 4만7100원, 우등버스 2만6100원, 프리미엄버스 3만3900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프리미엄 버스는 1992년 우등고속이 도입된 뒤 24년 동안 정체됐던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이용객의 선택권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프리미엄 버스를 장거리(200km) 노선이나 심야 시간대(밤 10시 이후)에 한정 운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수요 검증을 거친 뒤 내년에 투입 노선을 확대할 예정이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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