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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박 대통령의 꿈은 얼마나 이뤄졌을까

등록 2016-06-15 14:48수정 2016-06-16 09:05

이경의 이로운 경제
“‘취임사는 꿈으로 쓰고 퇴임사는 발자취로 쓴다’고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20대 국회 개원 연설에서 한 이 말이 인상적이다.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들에게 초심을 잃지 말고 의정활동에서 큰 성과를 내주길 당부하는 덕담으로 들린다. 하지만 여기에는 취임 이래 자신의 공과를 되돌아보며 남은 임기의 각오를 다지는 뜻도 담겨있지 않나싶다.

박 대통령이 ‘꿈으로 썼을’ 취임사를 찾아 읽어본다.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취임사에 이런 대목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AP /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AP / 연합뉴스)
“저는 오늘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이 선순환하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 첫째, 경제부흥을 이루기 위해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를 추진해가겠습니다. … 창조경제가 꽃을 피우려면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공정한 시장질서가 확립되어야만 국민 모두가 희망을 갖고 땀 흘려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말도 했다.

“우리 조상은 … 계와 품앗이라는 공동과 공유의 삶을 살아온 민족입니다. 그 정신을 다시 한 번 되살려서 책임과 배려가 넘치는 사회를 만들어 간다면, 우리 모두가 꿈꾸는 국민 행복의 새 시대를 반드시 만들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방향을 잃은 자본주의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며, 세계가 맞닥뜨린 불확실성의 미래를 해결하는 모범적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취임사에는 다른 좋은 얘기도 많다.

3년반 가량 지난 지금 박 대통령의 꿈은 얼마나 실현됐을까? 박 대통령 말에서 답을 찾아보자. 그는 국회 개원 연설에서 “청년은 일자리 때문에 힘들어 하고, 부모세대들은 은퇴 후 노후 때문에 불안해합니다. 중소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안 되어 애가 타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저는 안타깝고 송구한 마음이 듭니다”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자신의 ‘꿈’과 ‘발자취’ 사이에 큰 거리가 있다는 사실을 에둘러 인정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는 세계 금융위기 여진이 이어지는 등 여건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하더라도 유감스런 일이다. 무엇보다 경제민주화가 뒷전에 밀린 것은 더 그렇다. 경제민주화는 취임 초기 일부 진전을 보이다 없던 일이 됐다. 박 대통령이 계속 역점을 두고 추진중인 창조경제의 필요조건으로 규정한 까닭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는 현 정부가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한 경제민주화의 실천”을 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 비자금 사건 등을 볼 때 공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또한 창조경제가 큰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하는데 이 역시 공감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가 ‘방향을 잃은 자본주의의 새로운 모델’이 되고 있는가 하는 부분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테고.

박 대통령은 여전히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의 꿈을 펼치고 싶어한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정부가 현재 내건 핵심 국정의제가 노동개혁과 규제완화다. 박 대통령은 개원 연설에서 “노동개혁은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 신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고 우리 경제를 선진경제로 도약시키기 위한 핵심열쇠는 규제개혁입니다”라고 다시 강조했다. 취임 때 포부가 꺽이는 데 따른 상실감을 노동개혁과 규제완화로 메우려는 듯하다.

나는 노동개혁과 규제완화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정부가 밝힌 내용이나 추진방식은 문제가 많다고 본다. 노동개혁의 경우 파견근로 확대 등은 부작용이 클 수 있다. 규제완화도 옥석을 잘 가려서 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밀어붙이고 있다. 이래서는 안된다.

특히 조선·해운업 등의 구조조정과 관련해 제대로 대응할지 매우 걱정스럽다. 박 대통령은 불가피하게 실업이 발생하고 협력업체와 지역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며 “정부는 구조조정에 따르는 보완대책을 꼼꼼하게 만들어 실직자, 협력업체, 지역경제 피해를 최소화할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지금 내비치는 대책으로는 많이 버거워 보인다. 사회안전망 등을 대폭 강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비롯해 재정확대 방안을 적극 검토할 때다. 박 대통령이 꿈과 발자취 간의 거리를 좁히려면 좀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디스팩트 시즌3#7_롯데 비자금 수사, MB 정권 인사들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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