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기망행위” 지적
국회 입법조사처가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대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소멸시효’(2년)가 지났다며 보험금 지급을 미루고 있는 보험사들에게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통해 배상액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김창호 입법조사관은 15일 ‘재해사망 특약 약관 관련 대법원 판결과 향후 과제’라는 보고서를 내어 “보험금 지급 대상 여부를 알리지 않아 소멸시효가 완성된 경우, 현행법상 위법은 아니지만 기망행위로 볼 여지가 있어 위법 여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이 지난달 12일 보험사에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자 금융감독원은 보험사에 미지급 자살보험금을 전액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등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마당에 보험금을 지급하면 주주들에 대한 배임이 될 수 있다”며 민사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지켜본 뒤 지급여부를 결정하겠다며 버티고 있다.
이에 김창호 입법조사관은 “보험소비자를 위한 사법적 구제 수단인 집단소송제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을 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으므로, 다른 피해자들도 별도의 소송 없이 그 판결로 동시에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지급 대상 여부를 알리지 않아 소멸시효가 지나도록 방치하는 것은 ‘기망’ 행위이기 때문에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통해 실 손해액의 몇 배를 지급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조사관은 “보험회사는 보험가입자인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며 이러한 신뢰가 무너진다면 보험회사의 발전가능성도 사라진다”며 “재해사망 특약 약관상 자살보험금 지급에서도 신의성실 원칙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유선희 기자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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