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1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하반기 경기 보강을 위해 추가경정(추경)예산을 편성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간 정부는 공기업 투자 확대와 기금운용계획 변경 등 추경을 제외한 재정 보강 방안만 검토해왔다. 추경 규모와 관련 사업에 대한 검토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국회에서 열린 ‘제2차 여야정 민생경제점검회의’를 마친 뒤 연 브리핑에서 “추경을 포함한 폴리시 믹스(Policy Mix·정책조합)를 고려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추경을) 하느냐 안 하느냐는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유 부총리가 올 하반기 재정 보강책으로 추경을 꼭 집어 입에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도 “구조조정 후폭풍을 고려해 맞춤형 민생 추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이에 대해 (여당도) 특별히 반대는 하지 않았다. 정부도 추경이 검토 가능하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 앞서 <한겨레>가 만난 복수의 기재부 관계자들도 추경 편성 분위기를 부인하지 않았다. 기재부 한 간부는 “오늘 회의에서 이야기가 잘되면 ‘여야정이 추경 편성에 공감대를 이뤘다’와 같은 수준의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고, 또다른 간부는 “여러 여건을 볼 때 추경 편성은 불가피하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빨리 (편성)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 추경 편성에 대한 공식 합의는 나오지는 않았다. 이는 정부 내 의사결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거나 추경을 기정사실화했을 때 야당이 구체적 사업에 개입하고 나서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이날 회의에서 야당 쪽은 조선업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은 경남 지역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관급선 발주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추경 편성과 이후 국회 심의 과정에서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것도 정부는 경계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한국은행의 발권력에 기대어 10조원 남짓한 자본확충펀드 조성 방안을 내놨으나, 야당은 추경 편성으로 해야 한다는 태도다.
정부가 추경을 편성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만큼 조만간 추경 규모 산정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세제실의 한 관계자는 “올해 세수가 예상보다 잘 들어오고 있다. 국채를 발행하지 않아도 10조원 이상의 추경 편성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10조~15조원 규모로 추경을 편성하더라도 국가채무 증가와 같은 재정 건전성 악화를 피할 수 있다는 취지다.
김경락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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