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추경 앞에 선 정부
박근혜 정부 3번째 추경 가시화
정부, 운 떼놓고 공식화는 안해
경기침체·대량실업 등 인정땐
국회심의 과정 상처입을 가능성
‘야당요구→정부수용’ 모양새 바라
규모도 고민거리 10조안팎 예상
박근혜 정부 3번째 추경 가시화
정부, 운 떼놓고 공식화는 안해
경기침체·대량실업 등 인정땐
국회심의 과정 상처입을 가능성
‘야당요구→정부수용’ 모양새 바라
규모도 고민거리 10조안팎 예상
정부가 이르면 8월께 일자리 창출과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조선사 지원을 위한 관급선 발주 사업 등을 중심으로 한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전망이다. 이번에 추경이 편성되면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세번째가 된다. 이런 방침을 세웠음에도 정부는 여전히 추경 편성 사실 자체를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 야당 분위기 등 아직까지 따져볼 게 더 있다는 것이다.
19일 복수의 기획재정부 관계자 말을 들어보면, 정부는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인 ‘2016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추경 편성 규모와 사업 방향 등을 담기로 했다. 추경 예산 편성 작업에 한 달 남짓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시점은 이르면 8월 중순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추경은 ‘일자리 창출’과 ‘구조조정’에 무게중심을 두고 편성된다. 또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내수 경기 회복을 위한 일자리 사업과, 구조조정의 충격을 줄일 수 있는 사업 중심이 될 공산이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야당과 조선업 구조조정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경상남도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요구하는 행정 연락선과 같은 관급선 발주 예산도 추경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추경 외에도 정부는 정책금융 확대와 공기업 투자 확대와 같은 재정 보강 방안도 내놓을 예정이다.
불과 보름 전까지만 해도 추경 편성에 소극적이던 정부가 입장을 급선회한 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와 야당인 국민의당의 추경 편성 압박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통화기금(IMF)·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적극적 재정정책을 주문하고, 특히 지난주 발표된 5월 고용지표에서 조선업 구조조정 여파로 경상남도의 실업률이 급등세를 보인 것도 정부가 추경 편성에 나선 배경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추경 편성을 공표하지 않고 있다. 우선 추경 편성 요건을 ‘전쟁, 대규모 자연재해, 경기침체, 대량실업’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국가재정법 때문이다. 추경안을 편성하는 정부로선 현재 상황이 이 가운데 어떤 요건에 해당하는지 국회에 소명해야 한다. 기재부 예산실 고위 관계자는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실업이 늘고는 있으나 전체 전체 취업자 규모에 견주면 (국가재정법상) 대량실업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제 우리 국민들도 2% 중반대 성장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 추경 편성 요구가 국가재정법의 취지를 넘어서는 인기영합적인 측면이 있다는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정부가 가장 노심초사하는 건 추경안 처리 과정에서 경기대응과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 책임론이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지난주 여야정 민생회의에서도 이 대목이 도마에 올랐다. 당일 회의의 한 참석자는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이 추경을 적극 요구했다. 유일호 부총리는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장에게 ‘민주당도 같은 생각이냐’라고 반복해서 물었고, 변 위원장은 확답을 주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유 부총리가 추경 심의·의결 과정에서 구조조정이나 경기 침체와 관련한 정부 책임론을 사전에 어느 정도 차단하고자 야당에 협조를 구하려 했으나 변 위원장이 당내 분위기 등을 고려해 확답을 피했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야당이 한목소리로 추경을 요구하고 정부가 이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가 가장 안전하다. 아직 민주당 쪽 입장이 모호하다”고 말했다.
추경 규모도 정부로선 고민거리다. 현재 세수가 예상외로 잘 들어와 재정 여력은 과거 추경 편성 때보다는 낫지만, 편성 규모가 10조원을 훌쩍 넘어설 경우엔 국가채무·재정적자 확대를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시장에선 올해 성장률(실질국내총생산 증가율)을 3%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선 20조원 이상의 추경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정부 안팎에선 추경 규모는 10조원 안팎으로 하고 부족한 부분은 정책금융으로 메워, 모두 15조원 안팎 수준의 ‘재정 보강 패키지’를 내놓으리라는 전망이 많다. 기재부 관계자는 “재정 보강 패키지를 어떻게 구성할지, 규모는 어느 정도로 할지에 대해선 좀더 세밀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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