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인 규제, 재벌 개혁 수단으로 도입
20%(1990년)→5%(1994년)→10%(2007년)→?
20%(1990년)→5%(1994년)→10%(2007년)→?
삼성·현대차·금호·롯데 등 주요 재벌그룹은 공익법인을 여럿 갖고 있다. 저소득층에 대한 학자금 지원이나 문화·예술 사업 등이 설립 취지이지만 한편으론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 강화나 승계의 편법적 도구로 활용된다는 시선도 상당하다.
최근에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 2월 이 재단은 삼성에스디아이(SDI)가 보유 중인 삼성물산 지분 200만주(약 3060억원어치)를 매입했다. 이는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발생한 신규 순환출자를 해소하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명령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당시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삼성물산 지분 매입은 대주주 일가를 위해 재단 보유 재산을 동원한 것이라는 비판을 낳았다. 이 부회장은 재단 이사장으로 지난해 5월 취임했다.
경영 실패로 물러난 대주주 일가의 경영권과 지배력 회복에 공익재단이 활용되기도 한다. 지난해 하반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공익법인인 금호재단과 죽호학원이 금호기업에 각각 400억원과 150억원을 출자한 게 논란이 됐다. 이 출자를 통해 과거 무리한 차입경영을 한 탓에 그룹 주요 계열사를 부도 위기로 몰아넣은 박삼구 그룹 회장은 지난해 12월 말 그룹 지배권을 되찾게 된다.
이런 행태 탓에 공익법인 규제는 재벌 기업에 대한 사회적 여론에 따라 변화해왔다. 공익법인 주식 출연 한도 규제가 이런 역사를 잘 보여준다. 1980년대까지는 아무런 주식 출연 규제가 없었으나 1987년 민주화운동 등을 배경으로 1990년에 처음 도입됐다. 당시에는 비과세 주식 보유 한도를 20%로 잡았다. 이후 재벌그룹의 공익재단 편법 활용을 비난하는 여론이 더욱 거세지면서 1994년에 현행 5% 한도로 줄어들었다. 이런 규제 강화 흐름에 반전이 이뤄진 것은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이다. 당시 일반 공익법인은 그대로 놔두고 성실공익법인에 한해 과세 면제 한도를 10%로 늘려주는 조처를 취한다. 성실공익법인은 전용계좌 개설 등 정부가 정한 일정한 요건에 부합하는 공익재단으로, 재벌그룹이 운영하는 재단은 대부분 여기에 해당한다.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는 용역 보고서에서 규제 완화가 필요한 배경으로 “5% 규제는 1970~80년대 대기업 중심 성장 정책에 대한 반성과 경제력 집중을 완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한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경제력 집중 억제 정책은 대기업 성장을 규제하고 경쟁 촉진 자체를 저해한다는 주장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썼다. 노무현 정부 말에서 이명박 정부로 이어지는 친기업적 분위기가 공익재단 규제 완화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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