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 결과, 대우조선해양 검찰 수사 등으로 부담 느낀 듯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가 돌연 휴직했다. 최근 감사원이 대우조선해양 부실 사태의 책임자로 산업은행 회장을 지낸 홍 부총재를 지목하면서 거취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나온 결정이다.
28일 기획재정부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홍 부총재는 최근 휴직계를 내고 자리를 비웠다. 지난 2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의 리스크 담당 부총재로 임명된 지 4개월 만이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은 홍 부총재가 ‘공석 중’이라는 내용을 누리집에 공지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홍 부총재가 개인적인 일로 결정을 내렸고, 이사회에서 받아들인 것으로 보고 받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홍 부총재는 지난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연차총회에 불참하면서 앞으로의 거취에 대한 궁금증을 낳았다. 57개 회원국 대표 등이 참석한 연차총회에 부총재가 불참한 것은 이례적이다.
홍 부총재의 휴직은 지난 15일 발표된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당시 감사원은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상태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아 기업회생 시기를 놓쳤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당시 산업은행 회장으로 있던 홍 부총재에 대한 감사 결과를 인사자료로 활용하도록 금융위원회에 통보했다. 여기에 대우조선해양 전 경영진과 산업은행 관계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거취를 두고 고민이 깊어졌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앞서 홍 부총재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산업은행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대우조선해양 지원 방안 논의를 위해 참석한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들러리 역할만 하고, 정부와 청와대가 모든 것을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휴직을 신청한 홍 부총재의 직책 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그 동안의 논란을 이유가 홍 회장을 압박하면 자진 사퇴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고위직 진출에 노력을 기울여온 데다, 국제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의 인사를 한국 정부가 좌지우지 할 수도 없어 쉽게 자리에서 내려오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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