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30일 증권시장 등에 유포된 이건희 회장 사망설에 대해 공식 부인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 입구. 연합뉴스
30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망설이 돌면서 삼성그룹 주가가 출렁거렸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는 시세차익을 노린 작전세력의 개입 여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증권가에선 이날 “이건희 회장의 사망 발표가 오후 3시에 나올 예정”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삼성물산 주가가 장중 한때 전일 대비 8.51%(12만7500원)까지 급등했다. 이후 삼성그룹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히자 상승세가 꺾이며 4.68% 오른 12만3천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와 삼성에스디에스(SDS)도 각각 2.08%, 3.99% 상승한 142만5000원과 14만3500원에 마감됐다. 거래소는 삼성전자에 이 회장의 사망설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증권가에서는 이 회장 사망설이 시세차익을 노린 작전 세력의 소행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한 증권사의 분석가(애널리스트)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물산이나 삼성전자·에스디에스 주가를 올리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거래 마감 시간인 오후 3시에 발표된다는 소문을 흘린 점 등을 고려하면 작전세력의 농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이날부터 시행된 공매도 잔고 공시제도 시행의 영향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 제도는 상장주식총수 대비 보유주식이 0.5% 이상일 경우 인적사항 등을 3거래일 뒤에 공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공매도 물량을 처리해 공시를 피하려 소문을 유포했다는 것이다.
이 회장 사망설은 그동안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사실 무근이다. 주가에 영향을 미치려고 흘린 내용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현재 이 회장은 의식을 회복하지는 못한 상태이나 심폐기능 등 건강상태는 비교적 안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래소는 매매 내역을 살펴본 뒤 이상 거래 정황이 포착되면 금융당국에 조사결과를 넘길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작전세력이 개입됐는지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훈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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