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찬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백화점 대표이사들과 30일 서울 반포동 더팔래스호텔에서 거래 관행 개선에 대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일채 에이케이(AK)백화점 대표, 정재찬 위원장, 황용득 갤러리아백화점 대표, 장재영 신세계백화점 대표, 이원준 롯데백화점 대표, 김영태 현대백화점 대표. 공정위 제공
“10년 넘게 입점해 있지만 40% 가까운 수수료를 낸다. 10%대를 내는 대기업이나 해외 브랜드 매장을 보노라면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의류업체 대표)
“수시로 판촉행사 참여를 요구한다. 마지못해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백화점 점포 점주)
중소 입점업체에 대한 백화점의 ‘갑질’을 막겠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선안을 내놨다. 판매수수료 인하를 유도하고 판촉행사 부담을 줄인다는 내용인데, 주로 백화점의 ‘자율 이행’ 사안이라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도 제기된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30일 서울 반포동 더팔래스호텔에서 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에이케이(AK)백화점 대표와 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백화점과 중소 입점업체 간 거래 관행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을 보면, 2011년부터 해마다 공개해온 백화점 판매수수료의 산출 방식을 내년부터 바꾼다. 현재 점포 매출액 대비 백화점 판매수수료율은 평균 28%라는데, 업종별 매출액 비중과 상관없는 단순한 산술평균이다. 현행 방식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일부 수용해 매출액 비중을 반영하고 업종별 판매수수료율 격차도 공개한다. 예를 들어 소형 가전제품은 평균 수수료율이 18.6%이지만, 입점 업체별로 6%(대기업)~45%(중소기업)까지 벌어진다. 공정위는 이를 공개하면 수수료 인하 유도가 쉬워질 것으로 예상한다. 또 인테리어 비용을 쓴 입점업체가 최소한의 입점 기간을 보장받도록 ‘공정거래협약서’ 내용을 고치고, 판촉행사 강요 사례 등을 법 위반 여부 심사에 반영하기로 했다. 대형 할인행사 기간에 인터넷 신고센터도 운영하기로 했다.
이에 맞춰 대형 백화점 5곳도 ‘자율 개선 방안’을 내놨다. 40% 이상의 높은 판매수수료는 각 업체 사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인하하고, 입점 계약서에 ‘할인행사 수수료율’을 밝히기로 했다. 입점 1~2년 안에 백화점의 요구로 매장을 옮긴 중소기업은 그때부터 2년간 입점 기간을 보장하기로 했다.
개선안은 공정위와 중소기업중앙회의 실태조사 등을 거쳐 나온 결과물이다. 앞서 2013년에는 롯데백화점 협력업체 직원이 매출 압박을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발생해, 백화점의 거래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나 ‘자율 이행’의 한계 때문에 중소기업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백화점에 입점한 한 중소기업 대표는 “과거에도 백화점들이 수수료를 내리겠다고 발표했지만 매출 실적이 낮은 일부 업체 수수료만 찔끔 내리고 대부분 그대로 둔 적이 있다”며 “아예 20% 이상 받지 못하게 법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입점업체 대표는 “할인행사에 참여하면 우리 물건은 30%를 할인하는데 백화점들은 수수료를 겨우 몇 퍼센트 깎아준다”며 확실한 대책을 요구했다.
김성환 윤영미 유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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