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 선임기자의 ‘이로운 경제’
이주열 총재 물가목표 미달과 관련해 14일 기자간담회 열어
이주열 총재 물가목표 미달과 관련해 14일 기자간담회 열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안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 오는 14일 기자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이 총재는 이 자리에서 한은이 왜 계속 물가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지, 앞으로 물가목표를 이루기 위해 통화신용정책을 어떻게 펴나갈지 등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한은으로서는 처음 있는 일로 이 총재의 자존심이 좀 상할 것 같다. 하지만 국민들 편에서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한은이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참에 한은의 책무가 무엇인지 한번 살펴보자. 한은법 제1조 ‘목적’ 조항은 이렇게 돼 있다. “① 이 법은 한국은행을 설립하고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하여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②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을 수행함에 있어 금융안정에 유의하여야 한다.”
조문이 조금 복합적이긴 하나 한은의 가장 중요한 설립 목적을 물가안정으로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안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금융안정의 주된 책임부서는 금융위원회다) 나라경제를 논의할 때 우선적 관심사의 하나인 성장제고나 고용안정은 한은의 설립목적에 들어 있지 않다.
물가안정이 한은의 주된 설립목적이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한은은 “물가가 안정되지 못하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져 전반적인 경제활동이 위축되고 소득과 자원 배분이 왜곡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서민생활의 안정도 해치게 된다(누리집 ‘통화정책의 목표’)”는 점을 든다. 한마디로 물가안정이 모든 경제활동의 밑바탕이 된다는 얘기다.
이런 논거에 따라 한은은 물가안정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방안으로 물가안정 목표제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 여건에서 물가가 안정된 상태로 여길 만한 수치를 목표로 제시한 뒤 이를 지키도록 하는 방식이다. 목표치는 한은이 정부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3년 단위로 정하고 있다. 올해부터 2018년까지 목표치는 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준으로 2.0%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이 수치에 꽤 못미치거나 넘치면 물가가 안정되지 못해 자원 배분과 성장 등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물가상승률이 매우 높은 것은 물론, 매우 낮은 것도 좋은 게 아니라는 사실을 에둘러 일러준다.
한은은 지난해 말 새 물가목표치를 발표하면서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취할 대책을 내놓았다. 우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 연속 목표치를 ±0.5%포인트 넘게 벗어나면 총재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원인과 대책을 설명하고 그 뒤에도 초과 이탈 상태가 이어지면 3개월마다 추가 설명을 하기로 했다. ‘설명 책임’을 짐으로써 “통화정책 수행의 책임성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2013~15년 내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치(2.5~3.5%)를 크게 밑돌아 물가안정 목표제에 대한 비판이 많이 나온 것을 의식한 조처다. 설명 책임 제도는 물가안정 목표제를 채택한 32개국 중앙은행 중 영국, 이스라엘 등 6곳에서 시행중이다.
이런 설명 책임제가 도입된 가운데 6월 물가상승률이 0.8%를 나타내면서 6개월간 계속 목표치에 ±0.5%포인트 이상 미달해 이 총재가 설명에 나서게 된 것이다. 한은은 새 목표치 발표 당시 올해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총재의 설명 책임이 현실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꽤 곤혹스러운 듯하다.
어찌됐든 이 총재가 물가목표 달성에 실패한 것을 두고 어떤 설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지금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 한은은 2% 목표치의 근거로 기조적 인플레이션이 이런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등의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한편, 한은은 그동안 저물가 추세에 대해 유가 하락 등 외부요인의 탓이 크다며 어쩔 수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여왔다. 한은의 주된 설립목적이 물가안정인데도 소극적으로 대처해온 것이다. 이번에는 이런 태도가 달라질지 지켜볼 것이다. 특히 물가안정에 긴요한 임금문제에 대해 어떤 언급을 할지 궁금하다. 이 총재가 어떻게 설명하느냐에 따라 한은의 신뢰도가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 9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공동취재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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