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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이동걸 “서별관회의, 논의 내용과 근거를 밝혀야”

등록 2016-07-06 17:31수정 2016-07-06 21:50

노무현 정부때 서별관회의 경험…“이런 식으로 구조조정하면 나라 망해”
“정치 공방할 내용이 아니라뇨. 이런 식으로 구조조정하면 대한민국 망하는데.”

이동걸 전 한국금융연구원장(63)은 5일 <한겨레>와 전화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전날 청와대 ‘서별관회의’(비공개 거시경제정책협의회)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국가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문제는 정치적 공방 대상이 아니다”라고 한 데 대해 이렇게 우려했다. 이 전 원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 노무현 정부 출범 전 대통령직인수위 경제1분과위원회 위원,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거치며 청와대 서별관회의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바 있다. 그는 왜 서별관회의 논란 규명이 이토록 중요한 문제라고 하는 것일까.

이동걸 전 한국금융연구원장.  한겨레 자료사진
이동걸 전 한국금융연구원장.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는 지난해 10월22일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한 서별관회의에 제출된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 관련 문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6월8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은 서별관회의에서 일방적으로 정해졌다고 밝힌 바 있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대주주이자 주채권 은행이다. 서별관회의가 열린 지 일주일 뒤인 10월29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에 각각 2조6000억원, 1조6000억원 등 총 4조2000억원의 유동성 지원을 골자로 하는 경영 정상화 방안을 발표한다.

홍 회장의 발언은, 청와대와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방침이 마치 채권단이 결정해 발표한 것처럼 둔갑했다는 설명이다. 국책은행은 설립 근거법상 손실이 발생하면 정부가 메워줘야 한다. 지분을 가진 기업이 부실화되거나, 빌려준 돈을 제대로 못 받으면 결국 혈세가 투입되는 셈이다. 그러므로 조선업 구조조정의 핵심인 대우조선 지원 결정이 어떤 자료를 기반으로 어떻게 결정됐는지, 이러한 판단에 사적 이해관계나 선거 등 정무적 판단이 영향을 미친 건 아닌지 규명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한겨레>가 입수한 문건을 보면, 당시 회계법인이 예측한 대우조선의 2016년 수주액은 현실과 괴리가 컸다. 더구나 지난해 대우조선이 갑자기 대규모 손실을 공개한 데 대해 분식회계 의혹이 거세게 일었으나, 이를 철저히 규명해야 할 금융당국이 소극적으로 대처한 정황까지 드러난 상태다.

금융위와 기재부는 5일 낸 보도자료에서 “서별관회의는 비공식 회의로 홍익표 의원실이 공개한 문건은 출처가 불분명할 뿐 아니라 논의 안건인지 여부도 확인이 어렵다”며 “대우조선 정상화 지원은 관계기관의 사전협의와 조율을 통해 각 기관이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동걸 전 원장에게 이러한 정부의 입장이 타당한지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재 정부는 서별관회의에서 논의한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합니다.

=회의를 하면서 자료가 없을 리 없거든요. 회의 자료가 일부 공개된 것으로 보이는데, 그 자료를 갖고 그대로 지원 결정을 했는지 수정해서 결정을 했는지 그 내용은 회의록이 있든 없든 확인돼야 하는 거죠. 대우조선의 부실 규모가 얼마고,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구조조정 방향 시나리오가 이러이러해서 이만큼의 자금을 투입했다는 명명백백한 근거가 있다면 논의 내용을 못 밝힐 이유가 없어요. 그런데 언론 보도를 보면, 마치 복덕방에서 환담하듯 객관적 근거없이 지원을 결정해버린 것 아닌가라는 의혹이 드는 겁니다.

-정부는 지원 결정을 각 기관이 최종적으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서별관회의에서 정책 결정이 이뤄진 게 아니라는 건데,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시키는 대로’ 따랐다고 주장했지 않습니까. 분명 결정은 있었는데 그 책임자는 아무도 없는 형국입니다.

=뭔가 객관적인 근거를 내놓을 만한 게 없으니, 본인들도 결정을 안했다고 책임을 회피하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계속해서 ‘정부가 대우조선 지원 이후 예측한 내용은 무엇이고, 회생가능한 건 맞느냐. 그게 맞다면 지금 약속해라. 만약 자금이 더 투입돼야 한다면 정부가 정치적 책임을 지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서별관회의에 대해 역대 모든 정권에서 열린 비공개 회의였고 현 정부에서만 운영한 밀실 회의가 아니므로 문제될 게 없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큰 문제에 대해선 협의체 구성을 통해 (금융 관련 기관 인사들이) 공식적으로 만나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해요. 그건 그 나름대로 하더라도 조선, 해운 구조조정 등 특별한 사안에 대한 협의는 초기엔 공개하기가 곤란한 부분이 있긴 해요. 구조조정을 이야기한다 그러면 바로 주가 폭락 등 시장에 영향이 있으니까. 그런데 비공개 회의를 하는 것과 어떤 자료를 갖고 어떤 논의를 거쳐 이런 결정을 했다고 근거를 밝히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대우조선 지원은 다 알려진 사실이니 서별관회의에서의 논의 내용을 공개하면 되는 거죠. 대우조선, 에스티엑스(STX) 조선 등 조선업에만 벌써 9조원 가량 돈이 들어갔어요. 이 정도 금액은 대학생 100만명 1년치 등록금 아닙니까. 앞으로 조선 산업은 어떻게 되는 건지, 무엇인가 예측을 이야기 해주어야 국민들이 이러한 지원에 납득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게 안되니까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겁니다.

-대우조선 구조조정 논의 과정에서 반드시 짚어야 하는 사안은 무엇일까요? 법정관리,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 국책 금융기관 주도의 구조조정 등 세 가지 방안 가운데 마지막 방식을 택했는데요.

=지금의 부실 규모와 앞으로 예상되는 부실 규모, 그리고 회생이 가능하다면 회생할 때까지의 총체적 부실 규모를 파악해야죠. 이 정도 지원이면 기업이 살아날거다, 100% 확실한 거는 없지만 어느 정도 예측을 가지고 자금을 투입해야지 4조원 필요하다고 그렇게 주고 1년 지나 부실 더 생겼다고 또 지원하고 그럴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돈을 투입하기 시작하면 총 금액 얼마로 대우조선을 살린다는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그 계획이 과연 믿을 수 있는 건지 짚어야 합니다. 불경기가 2~3년 지속되면 인력을 감원하고 공장을 폐쇄하더라도 추가적 부실이 생깁니다. 공무원 입장에서 대우조선에 4조원 넣었으면 문 닫기 쉽겠습니까.

-내용을 확인해 봐야겠지만, 만약 대우조선 구조조정과 관련해 주먹구구식의 의사 결정이 있었다면 ‘낙하산 인사들’도 영향을 미쳤을까요?

=영향이 있었겠죠.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도 낙하산 인사로 분류됐잖습니까. 대우조선 부실과 관련해 책임을 확실하게 지워야 함부로 낙하산을 안 타죠.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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