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상위 1% 가구의 소득점유율이 사상 최고치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에마뉘엘 사에즈 미국 버클리대학 교수는 최근 상위 1% 가구의 실질소득(2015년 물가수준 기준)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4년 21.4%에서 2015년 22.0%로 높아져 점유율 기록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또한 상위 10%의 점유율이 50.0%에서 50.5%로 커져 2012년을 제외하고 가장 높았다. 이런 수치는 미국의 소득 불평등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말해준다. 사에즈 교수는 미국경제학회가 40살 이하의 전도유망한 경제학자에게 주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았으며 <21세기의 자본>으로 유명한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학 교수와의 공동 작업 등을 통해 불평등 연구에 크게 기여해왔다.
사에즈 교수의 발표 내용을 보면, 지난해 하위 99% 가구의 실질소득은 3.9% 늘어 1998년 이래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상위 1% 가구의 증가율이 두 배 수준인 7.7%여서 불평등이 확대됐다. 미국 국세청 자료를 토대로 정부 이전지출 등 재분배가 이뤄지기 전의 시장소득을 분석한 결과다.
하위 99%의 소득은 금융위기가 한창 진행되던 2007~2009년 11.6% 줄어든 뒤 2009~2015년 7.6% 늘어났다. 이에 따라 지난해 가구당 평균소득은 4만8800달러로 6년 동안 소득상실분의 60% 정도밖에 회복하지 못했다.
반면, 상위 1%의 소득 회복 속도는 가팔라 지난해 평균소득이 136만달러에 달했다. 6년간 37%의 증가율을 보인 것이다. 이런 회복 속도의 차이는 상위 1%가 이 기간 미국에서 늘어난 소득의 52%를 차지하도록 만들었다.
한편, 사에즈 교수는 2013년에 소득세 최고세율이 인상됐지만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큰 구실을 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최고세율이 35.0%에서 39.6%로 높아졌는데 그 효과가 “일시적인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사에즈 교수는 상위 1%의 소득이 2013년 하락했으나 2015년 들어 다시 상승하기 시작해 1970년대 이후의 불평등 확대 추세를 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고세율 인상의 효과가 일시적인 것과 관련해 그 이유가 세율 인상 폭이 크지 않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사에즈 교수는 그동안 소득세 최고세율을 큰 폭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경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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