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경제 위기 해법으로 전통적 재정·금융정책 대신 정부 주도로 유망 산업을 육성하는 신산업정책 프로젝트를 의욕적으로 제기했으나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전경련은 1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기업, 지방자치단체, 국회의원 등 각계 인사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산업 육성 전국토론회 출범식’을 열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면 재정 확대나 금리 인하 정책 등 단기적 수요 확대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새로운 산업을 키워 일자리를 만드는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1990년대 이후 소비와 투자가 꾸준히 하락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추가 지출은 한계가 있고 수출 회복도 쉽지 않다며, 신산업 공급 정책으로의 과감한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첫째, 높은 기술력이 필요한 산업(하이테크)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산업(하이 챈스)에 주력할 것을 제안했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산업으로는 ‘산지 비즈니스’, 스마트의료, 자동차 개조 등이 예시됐다. 둘째는 과소 공급 산업인 시니어산업, 농식품, 해양레저 등에 집중할 것을 제안했다. 셋째는 지자체 등이 단독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항공기 정비, 바이오제약 등의 육성을 국가가 주도하는 ‘국가 창업’을 제안했다.
전경련은 전국을 순회하며 지자체와 함께 연쇄 토론회를 열고 각 지자체가 중점 추진할 분야를 선정할 계획이다. 이런 분야로 전북 식품산업, 전남 자동차 튜닝산업, 인천 바이오제약산업 등이 예시됐다.
하지만 전경련의 신산업정책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으나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기존 정책들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자체별 신산업 육성 방안은 박근혜 정부의 ‘규제프리존특별법’ 제정 방안과 유사하다. 또 공급 부족 산업 육성은 수년 전부터 제기돼온 ‘블루오션 시장 전략’과 비슷하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전경련이 강조한 국가 창업형 산업은 이미 수명이 다한 것으로 평가되는 정부 주도 육성책과 유사하다”면서 “재정·통화 정책과 다른 정책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강조했지만, 실제 내용에서는 차별성을 찾기 쉽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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