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넘는 사업인데, 오락가락 정부…대통령 공약, 정치적 판단 아니냐 우려
정부가 2조원 이상 들어가는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건설 사업을 민간에 맡기겠다고 발표한 지 닷새 만에 입장을 바꿔 재정 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11일 밝혔다. ‘춘천~속초’ 철도 사업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적인 지역 공약인 만큼, 정치적 판단이 무리하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이날 자료를 내고 “춘천~속초 철도건설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며 “신속한 재정지원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사업은 춘천에서 화천·양구·인제를 거쳐 속초까지 93.9㎞에 단선전철을 건설하는 것으로 8년 동안 2조631억원이 투입된다. 철도가 완공되면 서울(용산역)에서 속초까지 1시간 15분이 걸리는 등 시간이 대폭 단축된다.
문제는 불과 닷새 전인 지난 6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재정전략협의회에서 정부가 춘천~속초 사업을 민자 사업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당시 정부는 재정이 부족하다며 ‘춘천~속초’를 포함해 14개 노선을 민간에 맡기겠다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업성과 가능성을 살펴 대상을 결정했다. ‘춘천~속초’ 사업의 경우 오래 검토됐고, 추진이 쉽지 않다고 봤다”며 “예비타당성 결과가 언제 발표될지 전혀 몰랐다. 민자 철도 발표 직후 결과가 나와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결과도 의구심이 크다. 춘천~속초 사업은 2001년·2010년·2012년 3번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이 부족해 통과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경제성은 0.79(1미만은 경제성 부족)를 받아 부족한 것으로 나왔으나 지역균형발전 측면이 영향을 끼쳐 종합평가(AHP) 결과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7일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춘천~속초 고속철 사업처럼 수십 년간 지역주민이 애타게 원하는데도 인정받지 못한 사업이 관광 등과 시너지를 내도록 만들면 새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사업 추진 의지를 보였다. 결국 대통령의 말이 나오자마자, 2조가 넘게 들어가는 사업의 정책 방향이 바뀌게 된 셈이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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