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고’ 성지가 된 속초…횟집에 포켓몬이 떴다!

13일 강원도 속초시 수복탑 인근에서 ‘포켓몬 고’ 게임을 실행한 휴대전화 화면. 속초/연합뉴스

13일 오전 속초행 고속버스 매진 행렬
나이앤틱-닌텐도 개발 증강현실게임
구획지도에 속초 등 한국서 제외돼 가능
정식출시 미국 등에선 새로운 문화현상

전세계 가상 괴물 사냥 열풍이 한국에도 불어닥쳤다. 지난 6일 미국 등에서 출시된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가 하루 만에 다운로드 1억건을 넘어선 데 이어, 아직 게임이 출시되지 않은 한국에서도 강원도 속초 등 일부 지역에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포덕’(포켓몬 마니아를 뜻하는 말)들이 해당 지역으로 몰리고 있다. 평일인데도 13일 오전 서울에서 출발하는 속초행 고속버스는 대부분 매진됐다.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와 증강현실 게임 전문업체 나이앤틱이 공동으로 개발한 포켓몬 고는 이용자가 위치정보시스템(GPS)에 기반해 현실 세계를 돌아다니며 피카추 등의 ‘포켓몬’을 잡고, 이를 키우는 방식의 게임이다. 국내에선 아직 출시도 안 된 상황이지만, 12일 밤부터 게임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강원도 속초와 고성, 양양 등의 지역에서 게임이 된다’며 자신이 포획한 포켓몬과 주변에 표시된 포켓몬 체육관(포켓몬을 훈련시키는 곳) 등을 인증하는 게시물이 여러 개 올라왔다. 나이앤틱이 2012년 증강현실 게임을 출시할 때 전세계를 마름모꼴로 나눈 ‘구획 지도’를 기반으로 정식 출시 국가를 관리했는데, 속초를 비롯한 강원 영동 북부와 울릉도 등이 이 지도상에선 한국 영토에서 제외돼 벌어진 일이다.

13일 오전 서울 동서울터미널 속초행 고속버스는 매진 행렬 사태가 벌어졌다. 동서울터미널 관계자는 “12일 오전엔 2대 매진이었지만, 오늘 오전엔 속초행 버스가 7대 매진됐고 한두 자리만 남은 버스도 많았다”며 “오늘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카메라 앱 개발사 제이피(JP)브라더스는 회사 차원에서 단체로 속초로 ‘포켓몬 사냥’을 떠나기도 했다. 개인 블로그 등에는 속초에 있는 횟집 등 식당에 꼬부기 같은 포켓몬 등이 나타난 인증샷이 속속 올라왔다. 이날 속초시청은 공식 페이스북에 무료 와이파이존 지도를 다시 올리며 “(게임 덕분에) 속초시청도 홍보가 팍팍 되네요. 의외성이 주는 오늘의 즐거움입니다”라고 썼다.

포켓몬 고가 정식 출시된 미국, 뉴질랜드 등에선 포켓몬 고가 단순한 게임을 넘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 등 외신들이 전했다. 미국 버몬트주의 한 식당에서는 포켓몬을 찾으러 방문하는 손님에게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와 휴대폰 충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광고를 내는 등 이 게임이 새로운 마케팅 수단도 되고 있다.

게임의 인기에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이어지고 있다. 볼티모어에서는 이 게임을 하던 남성이 무장괴한 2명에게 휴대전화와 돈을 빼앗기는 사건이 발생했다. 뉴욕 지하철은 ‘포켓몬을 잡기 위해 지하철 선로 위로 뛰어들지 말라’는 경고문을 부착하기도 했다. 포켓몬을 잡으려는 사람들이 몰리자 1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 있는 홀로코스트 박물관은 “나치 피해자들을 기리는 박물관에서 게임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게임에서 박물관을 제외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몇년간 콘솔 게임 쇠퇴로 정체되어 있던 닌텐도사는 스마트폰 게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11일과 12일 주가가 24.5%, 12.73% 폭등했다.

박수지 조승현 황금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