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사비에서 냉·난방설비 등 기계설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이르고 전기시설은 7%에 그칩니다. 그런데도 기계설비는 설계와 시공 분야에서 대부분 하도급에 의존하고 있고 건축공사에 딸린 마감재쯤으로 취급되는 게 현실이죠. 이런 관행과 제도를 바꿔야만 고품질의 기계설비 공사가 가능해지고 건축물의 에너지 소모량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14일 서울 청담동 기계설비건설회관에서 만난 이상일(사진) 대한기계설비건설협회 회장은 일반인들에게 낯선 용어인 기계설비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이 회장은 “건축물 기계설비 분야에서 소비하는 연간 에너지를 돈으로 환산하면 약 30조원”이라며 “기계설비 품질을 높여 10%만 절약해도 약 3조원을 아낄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기후변화협약 파리협정에 따라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7% 감축해야 하는데 고품질의 기계설비 기술이 적용된다면 온실가스의 효율적 감소가 가능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기계설비는 냉·난방, 급수·급탕, 환기, 가스, 자동제어 등의 공사를 수행함으로써 건축물과 산업현장에 기능과 ‘생명’을 불어넣는 구실을 한다. 최근 건축물의 대형화와 첨단화로 기계설비 공사비 비율은 일반건축물의 경우 15~20%, 병원과 첨단 인텔리전트 빌딩은 30%까지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법적으로 건축공사의 하도급 대상으로 분류돼 종합건설사로부터 제값을 받지 못하는 탓에 고품질 시공이 어렵다는 게 기계설비업계의 불만이다. 실제 설비산업 가운데 전기·정보통신·소방설비 등은 독립적인 관련 법이 있지만 유독 기계설비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이 회장은 “기계설비의 설계부터 시공, 준공 후 유지까지 체계적 관리가 이뤄져야 에너지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기계설비가 독립된 업종으로 인정받도록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15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는 대한기계설비단체총연합회 주최로 ‘제1회 기계설비의 날’ 기념식이 열린다. 국토교통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주체인 기계설비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를 위해 ‘기계설비의 날’을 제정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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