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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실망스런 이주열 한은총재 물가설명회

등록 2016-07-20 13:16수정 2016-07-20 17:14

목표 미달 두고 유감 표명 없이 “한은만의 책임 아냐”
내 기대가 지나쳤던 것일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4일 물가안정목표제 운영 상황과 관련해 연 설명회는 무척 실망스러웠다. 물가안정을 책임진 한은의 수장으로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데 대해 유감 표명도 없었고 이렇다 할 새로운 메시지도 없었다. 애초 약속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치른 통과의례 같았다.

한은은 지난해 말 2016~18년 물가안정목표를 2%로 제시하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 연속해서 목표치를 ±0.5%포인트 넘게 벗어나면 원인과 대책이 무엇인지 설명하기로 했다. 그런데 올들어 6개월 내내 소비자물가가 0.8~1.3% 오르는 데 그쳐 이번에 첫 설명회가 열리게 된 것이다.

이 총재는 물가안정목표를 이루지 못하게 된 주된 원인을 공급 쪽에서 찾았다. 경기회복 지연으로 수요 쪽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미약했던 탓도 있지만 유가 등 국제 원자재가격이 대폭 하락한 게 훨씬 큰 요인이라는 것이다. 대외 변수는 우리가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한은이 어떻게 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국내 석유류 가격 하락이 상반기 물가상승률을 0.8%포인트 낮춘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반기 이후 점차 확대될 것이며 한은은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에 접근하도록 통화정책을 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한은이 그동안 줄곧 해온 얘기다. 그때그때 수치가 달라졌을 뿐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경제여건으로 보아 그렇게 설명할 만하다고 본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 14일 물가안정목표제 운영 상황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 14일 물가안정목표제 운영 상황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한은에 ‘면죄부’가 주어질 수는 없다. 물가목표 달성에 실패한 데는 공급 쪽 요인이 크지만 수요 쪽 요인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요 쪽은 통화정책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인데 한은은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2013~15년에도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밑돌고 실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못미치는데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한은은 몇차례 기준금리를 내린 점을 들어 억울하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 총재는 설명회에서 영국, 일본, 스웨덴, 미국 등의 중앙은행도 물가(안정)목표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만이 그런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지만 이들의 대응 방식이 우리와 상당히 차이가 난다는 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들 나라 중앙은행은 발빠르게 기준금리를 인하했을 뿐만 아니라, 양적완화를 시행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처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중앙은행 수장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업들에 임금 인상을 촉구하고 미국에서는 임금 동향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임금 인상이 저물가에서 벗어나는 데 긴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총재한테는 그런 모습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또한 이들 중앙은행 수장은 수시로 물가상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 총재는 어떤가. 19일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와 함께 연 콘퍼런스에서 이 총재가 한 개회사는 이를 뭉뚱그려 보여준다. 그는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의) 통화정책은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는 가운데서도 금융안정 리스크에 각별히 유의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겠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야 하겠지만 이로 인해 금융 안정이 저해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성장과 금융안정의 중요성은 들먹인 반면, 물가는 연설문 어디서도 입에 올리지 않고 있다. 진정 물가목표 달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이러지는 않을 것 같다.

이 총재는 지난주 설명회에서 이런 말도 했다. “물가에 영향을 주는 것은 통화정책만이 아니고 정부의 다른 정책도 지대한 영향을 준다. … 그래서 물가안정이 한국은행만의 책임이라고 하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다.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운용할 때 물가목표를 중시해서 하지만 물가가 목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고 해서 통화정책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

이 총재 얘기가 그르지 않지만 왠지 구차해 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런 말을) 물가안정목표에 대한 중앙은행의 책임을 덜 지겠다는 자세로 이해하지는 말아달라”고 했으나 흔쾌하게 들리지는 않는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제가 제구실을 할 수 있을지 자꾸 의문이 든다.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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