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출입은행 1조원·산업은행 4천억원 현금출자키로
논란 끝 도입된 국책은행 자본확충 펀드 무색하게 될 듯
논란 끝 도입된 국책은행 자본확충 펀드 무색하게 될 듯
지난 석달여 동안 논란의 대상이 됐던 국책은행 자본확충에 결국 정부 재정이 나서게 됐다. 한국은행의 발권력 동원을 둘러싼 긴 논쟁이 무색하게 됐다. 22일 정부가 발표한 ‘2016년 추가경정예산 편성안’을 보면, 정부는 11조원 규모의 추경예산 가운데 1조9000억원을 구조조정 지원에 배정했다. 여기엔 조선업계 구조조정이 진행됨에 따라 자본확충이 필요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각각 4000억원과 1조원을 현금출자로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수은은 이 현금출자로 자기자본비율(BIS)이 정부 목표치인 10.5%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은 지난 석달여간 금융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새누리당은 지난 4월 총선 당시 ‘한국판 양적완화’를 내세우며 군불을 때기 시작했다. 선거 뒤엔 정부가 ‘선별적 양적완화’를 내세우며 논쟁을 이어받았다. 구조조정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에 한국은행의 참여를 촉구한 것이다. ‘국책은행 자본확충은 재정의 역할’이라고 반발한 한은과의 힘겨루기 끝에 절충안이 마련됐다. 한은이 직접출자 대신 10조원을 대출해주고, 기업은행의 자산관리공사 후순위대출 1조원을 더해 1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해, 국책은행이 발행하는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을 인수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현금출자 시 거쳐야 하는 국회 동의 과정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라는 논란은 가시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는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은 “자본확충펀드에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기본 준칙을 위반한 것”이라며 “국회 동의절차를 피하기 위해 발권력을 동원한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추경안은 추경 편성에 국책은행 자본확충이 포함돼야 한다는 야당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모양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여야정 협의에서 국책은행에 현금을 출자하기로 합의했다. 또 한은 발권력을 통해 마련된 국책은행 자본확충 펀드는 최소한도로 운용한다는 원칙에도 합의했다. 추경안 국회 통과를 위해 정부가 결국 돌고돌아 재정 투입에 나선 셈이다.
이에 대해 송언석 기재부 2차관은 “당초 (국책은행 자본확충안을) 발표할 땐 내년에 필요시 현금출자를 고려한다고 했는데 그때는 추경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추경을 편성하게 되면서 당장 급한 현금출자를 먼저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