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 고수익 미끼로 접근하는 유사수신 피해 주의보
금감원 적발 건수 지난해 보다 3배 이상 증가
보이스피싱도 대출 빙자형 등 불황형 수법 늘어
금감원 적발 건수 지난해 보다 3배 이상 증가
보이스피싱도 대출 빙자형 등 불황형 수법 늘어
“미분양 아파트 분양과 부동산 경매 사업 등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에 투자하면 6개월 이내에 원금의 120%를 받을 수 있다. 다른 투자자를 모아오면 따로 수당도 지급합니다.”
2014년 유사수신업체를 차린 이아무개(53)씨 등은 지난해 전국을 돌며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저금리에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2%대에 머무르고, 수신 금리 지표가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리던 때다.
고수익을 미끼로 내걸자 돈이 몰려들었다. 적게는 100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원까지 투자금을 들고 찾아온 이들이 2만4000여명에 달했다. 금액으로 치면 3000억원이 넘었다.
자기자본 한 푼 없이 투자자들에게 받은 돈으로 다른 투자자에게 배당금을 주는 ‘돌려막기’로 사기 행각을 벌이던 이 업체는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 5월 사기와 유사수신 등의 혐의로 이씨 등 8명을 구속했다.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쥐꼬리 이자’에 답답함을 느끼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불황형 금융사기’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 일당처럼 고수익을 미끼로 내건 유사수신업체를 내세우거나 대출을 빙자한 보이스피싱을 하는 식이다.
금융감독원이 24일 발표한 ‘2016년도 상반기 불법금융 척결 추진 성과 및 향후 대응’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에 유사수신업체를 통한 피해 제보 건수는 29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7건)보다 3배 이상 늘었다. 금감원은 이들 가운데 구체적 혐의가 있는 64건을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지난해 상반기 수사 의뢰 건수는 39건이었다.
저금리로 투자처가 마땅치 않다 보니 서민뿐만 아니라 자금 여력이 있는 이들도 유사수신업체 사기 피해를 입으면서 적발 건수가 늘었다는 게 금감원 분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상화폐인 코인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낼 수 있다거나, 피투피(P2P·개인 간 금융거래) 업체로 가장해 투자자를 모집하는 등 새로운 수법도 증가 추세”라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도 불황형으로 모습을 바꾸고 있다. 올해 상반기 보이스피싱 피해액과 대포통장 적발 건수 등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각각 53%, 39% 줄었다. 그런데 신용등급을 올려준다거나 대출에 보증금이 필요하다며 돈을 뜯어낸 ‘대출 빙자형 보이스피싱’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36.7%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68.9%로 늘어났다. 정부기관 사칭 등의 고전적 수법보다 경제 상황을 반영한 새로운 수법들이 더 많이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정성웅 금감원 불법금융대응단장은 “보이스피싱 등 불법 금융 피해 근절을 위해 총력 대응한 결과 피해액 감소 등의 성과가 있었지만 수법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며 “제보 접수(전화 1332번) 등을 통해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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