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NXC의 일본법인 지분 급감 시기
조세회피처 소재 유럽법인 지분은 급증
재벌닷컴, 사업보고서 등 분석 토대로 의혹 제기
넥슨 “해외투자 목적, 조세회피 아니다” 반박
조세회피처 소재 유럽법인 지분은 급증
재벌닷컴, 사업보고서 등 분석 토대로 의혹 제기
넥슨 “해외투자 목적, 조세회피 아니다” 반박
김정주 엔엑스시(NXC·넥슨 지주회사) 대표가 세금을 줄이기 위해 2011년 넥슨 일본 법인 상장 뒤 조세회피처로 활용되는 유럽지역 해외 법인으로 지분을 대거 옮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주식 자산 이동이 불법은 아니지만 법의 허점을 이용해 조세를 회피하려 했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다.
27일 대기업 정보분석업체인 재벌닷컴이 넥슨재팬의 사업보고서 등을 분석한 것을 보면, 넥슨의 지주사인 엔엑스시가 보유한 지분은 올해 3월 기준 38.61%로, 2012년 9월(54.36%)보다 15.75%포인트나 낮아졌다. 엔엑스시가 만든 유럽법인 ‘NXMH B.V.B.A’가 보유한 지분은 같은 기간 8.92%에서 19.26%로 10.34%포인트 높아졌다.
김 대표는 진경준 검사장에게 넥슨의 비상장주식 4억2500만원어치를 줘 120억원대의 차익을 올리게 한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랐는데, 진 검사장도 넥슨 비상장주식을 넥슨재팬 주식으로 교환해 갖고 있었다.
업계에선 엔엑스시가 보유했던 넥슨재팬 지분이 일본 주식시장을 통해 상당 부분 ‘투자 및 컨설팅’ 전문회사인 ‘NXMH B.V.B.A’ 등으로 옮겨진 것으로 보고 있다. NXMH B.V.B.A는 2009년까지 조세회피처로 활용되는 네덜란드에 있다가 벨기에로 주소지가 변경됐다. 이 회사는 김정주 대표와 아내 유정현 엔엑스시 감사가 70%가량의 지분을 소유한 엔엑스시가 100% 출자한 역외법인으로, 김 대표 부부의 회사나 다름없다. 이 법인의 자산총액은 2009년 134억원에서 지난해 말 1조5377억원으로 6년 만에 115배나 불었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넥슨재팬은 2014년과 2015년에 연간 주당 10엔씩의 현금배당을 했고 NXMH B.V.B.A는 2년간 배당금으로 167억여원을 챙겼다. 배당세나 소득세가 낮은 지역에서 막대한 현금을 챙긴 셈”이라고 말했다.
벨기에는 자본이득세와 배당소득세가 거의 없어 각국 업체들이 조세 회피 목적으로 활용하는 곳이다. 앞서 넥슨은 2009년 본사를 제주도로 옮기면서 조세특례제도를 이용해 수천억원의 세금을 절감한 바 있다. 감사원은 이 제도의 운영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놓으면서 엔엑스시를 대표적 악용 사례로 꼽기도 했다. 그러나 넥슨은 유럽법인의 넥슨재팬 지분 인수에 대해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사업과 투자를 강화하기 위해 해외 법인을 설립한 것이지 조세 회피 목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넥슨재팬의 주요 주주 중 일부는 실소유주를 파악하기 힘든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의심도 사고 있다. 넥슨재팬의 지분 4.75%를 보유해 3대 주주로 등재된 곳은 삼성증권이 한국예탁결제원에 의뢰해 씨티은행 홍콩지점에 개설된 계좌를 통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넥슨 관계자는 “(검은 머리 외국인이 아니라) 한국의 여러 투자자가 삼성증권에 개설한 계좌를 통해 해외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엔엑스시는 3월 말 현재 국내 법인 17개, 해외 법인 38개 등 55개사를 거느리고 있다. 지난해 말 연결 총자산은 4조9840억원, 매출은 1조9485억원이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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