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문이 견인하는 불안한 경기
수출·투자 부진 지속…소비도 둔화 예상
박근혜 대통령 나홀로 “회복 기운이 살아난다”
수출·투자 부진 지속…소비도 둔화 예상
박근혜 대통령 나홀로 “회복 기운이 살아난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건설 투자가 경제 전반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계와 기업의 소득과 이익이 늘고, 이를 바탕으로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는 건실한 성장이 아니라 토목과 주택 등 건설 부문에만 의존하는 불안한 경기라는 뜻이다. 연구원은 앞으로도 “단기간 내에 경기가 개선되기 어렵다”고 했다. “회복 기운이 살아난다”라고 한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경기 인식과는 큰 차이가 있는 진단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은 4일 발표한 ‘KDI 경제동향’ 에서 “소매판매와 건설투자 등 일부 내수 지표의 양호한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경제 전반의 회복으로 확산되지는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KDI 경제동향’은 기획재정부가 매월 내놓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과 함께 최근 1~2개월 간 경기에 대한 정부 쪽 인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자료다.
연구원은 “건설투자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경제 전반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며 “주택부문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고 토목부문도 (지난해) 부진이 크게 완화됐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은행의 국민계정을 보면, 지난 2분기(4~6월) 건설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0.6%나 늘어나면서 마이너스 성장을 한 설비투자(-2.6%)나 1%대 성장에 그친 수출(1.7%)과 대비를 이뤘다.
연구원은 최근 소매판매와 서비스업 생산의 증가세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시각도 내비쳤다. 연구원은 “소매판매와 서비스업 생산은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따른 기저효과와 개별소비세 인하에 따른 자동차 구입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일시적인 반짝 회복세일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
연구원은 나아가 향후 경기 흐름도 “단기간 내에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올해 초 우리 경제를 옥죄었던 수출 감소와 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되는 데다, 개별소비세 인하가 올 하반기엔 종료되면서 정책 효과마저 사라진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진단은 최근 박 대통령이 내비친 경기 인식과는 거리가 멀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우리 경제가 연초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회복의 기운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개별소비세 인하와 임시공휴일 지정을 비롯한 정부의 정책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소비와 투자의 회복세가 강화될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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