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지난 2011년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서울 서초구 서초동 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2011년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또다시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오리온에서 수십년간 일하면서 담 회장의 범죄에도 깊이 관여한 인사 등이 8·15 특별사면을 앞두고 담 회장에 대한 총공세에 나선 것이다.
1981년 동양제과에 입사해 오리온스 프로농구단 사장과 스포츠토토온라인 사장 등을 역임한 심용섭씨는 전직 오리온그룹 고위 임원 2명과 함께 지난 2일 청와대와 법무부에 ‘담철곤 오리온 회장의 사면 결사반대’라는 제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4일 밝혔다. 이들은 진정서에서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담 회장 부인)의 사리사욕을 위한 온갖 비자금 조성 등에 직·간접적으로 이용만 당하다 검찰 조사 및 형사소송에서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와 처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억울하게 강제퇴직당한 임원들”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이어 “담 회장 부부는 수년간 수백억원의 급여와 배당을 받으면서도 임직원의 급여를 그룹 기조실 사장을 시켜 빌려달라고 하여 가져가서는 고급시계, 고급와인, 보석을 구입하는 데 사용하고는 그 임직원이 퇴직한 후인 지금까지도 갚지 않고 있다. 또한 회사 자산을 매각하면서 개인적으로 뒷돈을 챙기는 등 노출되지 않은 범죄행위가 아직도 많이 있다고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사회정의 구현을 위한 일환으로 담 회장에 대해 8월 중 다시 그의 개인비리와 횡령, 배임, 탈세, 자신의 범죄를 감추기 위해 많은 임직원에게 한 위증교사 등으로 의심되는 사안에 대해 법적 판단을 받게 민사 및 형사소송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들은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있는 담 회장이 사면복권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이 부당해 진정서를 냈다고 밝혔다.
담 회장은 2011년 6월 위장계열사 ‘아이팩’ 임원에게 월급이나 퇴직금을 준 것처럼 꾸미는 등의 수법으로 300여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그해 11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이듬해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아 풀려났다. 봐주기 판결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렇게 담 회장 사건은 마무리되는 것으로 보였지만, 이 사건으로 담 회장과 함께 구속됐다가 함께 집행유예로 나온 최측근인 조경민 전 오리온그룹 전략담당 사장이 당시 오리온 계열사였던 스포츠토토의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2012년 또다시 구속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스포츠토토 횡령 자금도 담 회장이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지만, 검찰은 조 전 사장 등만 기소했다. 조 전 사장은 이 사건으로 2년6월의 실형을 살고 2014년 말 출소했다.
진정서를 낸 심 전 사장은 “조 전 사장은 스포츠토토 사건의 배후에 담 회장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조 전 사장과 진정서에 서명한 3명 등 전직 임원들이 함께 조율해서 담 회장에 대한 민사 및 형사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 전 사장은 이미 지난달, 담 회장 부부의 오리온 주식가치 상승분 중 10%를 받기로 구두 약속을 받았다면서 담 회장 부부를 상대로 200억원을 내놓으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심 전 사장을 비롯해 진정서에 서명한 이들도 담 회장 또는 회사를 상대로 미지급 급여나 퇴직금 지급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오리온그룹 쪽은 “이미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분이 앙심을 품고 일을 벌이는 것 같다. 임직원 급여를 담 회장이 고급시계 등을 사는 데 썼다는 진정서 내용은 100%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이 모두 잘못됐다는 황당한 주장일 뿐이며, 회사가 배임행위 책임을 물어 소송을 내자 이에 맞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유신재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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