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주 편법양도’ 대법판결서 제동
‘순자산가치’ 기준땐 1심과 달리 특경가법 적용대상
‘순자산가치’ 기준땐 1심과 달리 특경가법 적용대상
대법원은 28일 삼성전자 소액주주들이 “비상장 주식을 계열사에 헐값으로 넘겨 손해를 봤다”며 삼성전자 전·현직 이사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회계감사를 통해 확인된 회사의 ‘장부상 순자산가치’를 손실 산정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민형사상 첫 판례를 내놨다. 이 판례는 손실 액수의 크기를 놓고 법리 논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 에버랜드 사건과, 계열사의 비상장 주식을 맞교환한 혐의로 기소된 에스케이(SK) 사건 등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순자산가치 기준댄 손실액 2699억 넘어
최고 무기징역까지…SK사건도 영향 줄듯 에버랜드 사건의 1심 재판부는 4일 이재용씨 등 이건희 회장의 4남매에게 전환사채를 헐값으로 넘겨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로 기소된 허태학·박노빈씨의 배임죄를 인정하면서도 “배임 액수를 특정할 수 없다”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배임(손실액수 50억원 이상)이 아닌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했다. 업무상 배임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적용되지만, 특경가법의 배임죄는 징역 5년 이상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당시 재판부는 “순자산가격방식이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지만, 1주당 순자산액이 많아도 그 당시의 회사의 경영상태가 나쁘면 실제 그 가격으로 신주를 인수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 등을 감안하면, 순자산가격방식에 의해 산정된 금액을 바로 전환사채의 적정한 전환가격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최태원 회장이 워커힐호텔과 에스케이㈜의 주식 맞교환을 통해 변칙증여를 시도한 에스케이 사건에서도 1·2심 재판부는 “비상장 주식의 평가방법을 확정할 수 없다”며 특경가법의 배임이 아닌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한 바 있다. 그러나 28일 대법원 3부(주심 이규홍 대법관)은 소액주주들이 “삼성전자가 보유하던 삼성종합화학 주식 2천여만주를 삼성건설과 삼성항공에 2600원에 팔아넘겨 손해를 봤다”며 삼성전자 이사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장부상 가액을 기초로 주당 순자산가액을 산정한 결과로 적정거래 가액을 산정한 원심의 조처는 정당하다”고 밝혔다. 당시 회계감사를 통해 인정된 순자산가치(장부상 가치)를 전체 주식 수로 나눈 가격이 5700원이었기 때문에, 5700원과 2600원의 차액에 거래주식 수(2천여만주)를 곱한 626억원이 회사의 손실액수라는 것이다. 이러한 기준을 에버랜드 사건에 대입시키면, 에버랜드가 입은 손실액수는 특경가법의 적용 기준인 50억원을 훨씬 넘는다. 1996년 전환사채 발행 당시의 1주당 ‘장부상 순자산가치’는 22만3천원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125만4천주의 전환사채가 주당 7700원에 이씨 등에게 넘어갔으니, 22만3천원과 7700원의 차액에 거래주식 수를 곱한 2699억8620만원이 손실액이 되는 셈이다. 김석연 변호사는 “에버랜드 사건은 단순한 주식 거래가 아니라 경영권 양수도의 측면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프리미엄도 발생하며, 또 에버랜드가 60년대에 사들인 부동산 500만평을 재평가하지 않은 1주당 장부상 순자산가치도 적정가격에는 턱없이 모자란다”며 “손실액수를 추정해 보면 특경가법이 당연히 적용돼야 한다고 보지만, 형사사건에서는 엄격한 증명이 필요한 만큼 검찰은 전환사채 발행 당시의 부동산 재평가 등을 통해 에버랜드 주식의 정확한 자산가치를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최고 무기징역까지…SK사건도 영향 줄듯 에버랜드 사건의 1심 재판부는 4일 이재용씨 등 이건희 회장의 4남매에게 전환사채를 헐값으로 넘겨 회사에 손실을 끼친 혐의로 기소된 허태학·박노빈씨의 배임죄를 인정하면서도 “배임 액수를 특정할 수 없다”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배임(손실액수 50억원 이상)이 아닌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했다. 업무상 배임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적용되지만, 특경가법의 배임죄는 징역 5년 이상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당시 재판부는 “순자산가격방식이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지만, 1주당 순자산액이 많아도 그 당시의 회사의 경영상태가 나쁘면 실제 그 가격으로 신주를 인수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 등을 감안하면, 순자산가격방식에 의해 산정된 금액을 바로 전환사채의 적정한 전환가격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최태원 회장이 워커힐호텔과 에스케이㈜의 주식 맞교환을 통해 변칙증여를 시도한 에스케이 사건에서도 1·2심 재판부는 “비상장 주식의 평가방법을 확정할 수 없다”며 특경가법의 배임이 아닌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한 바 있다. 그러나 28일 대법원 3부(주심 이규홍 대법관)은 소액주주들이 “삼성전자가 보유하던 삼성종합화학 주식 2천여만주를 삼성건설과 삼성항공에 2600원에 팔아넘겨 손해를 봤다”며 삼성전자 이사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장부상 가액을 기초로 주당 순자산가액을 산정한 결과로 적정거래 가액을 산정한 원심의 조처는 정당하다”고 밝혔다. 당시 회계감사를 통해 인정된 순자산가치(장부상 가치)를 전체 주식 수로 나눈 가격이 5700원이었기 때문에, 5700원과 2600원의 차액에 거래주식 수(2천여만주)를 곱한 626억원이 회사의 손실액수라는 것이다. 이러한 기준을 에버랜드 사건에 대입시키면, 에버랜드가 입은 손실액수는 특경가법의 적용 기준인 50억원을 훨씬 넘는다. 1996년 전환사채 발행 당시의 1주당 ‘장부상 순자산가치’는 22만3천원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125만4천주의 전환사채가 주당 7700원에 이씨 등에게 넘어갔으니, 22만3천원과 7700원의 차액에 거래주식 수를 곱한 2699억8620만원이 손실액이 되는 셈이다. 김석연 변호사는 “에버랜드 사건은 단순한 주식 거래가 아니라 경영권 양수도의 측면이 있기 때문에 당연히 프리미엄도 발생하며, 또 에버랜드가 60년대에 사들인 부동산 500만평을 재평가하지 않은 1주당 장부상 순자산가치도 적정가격에는 턱없이 모자란다”며 “손실액수를 추정해 보면 특경가법이 당연히 적용돼야 한다고 보지만, 형사사건에서는 엄격한 증명이 필요한 만큼 검찰은 전환사채 발행 당시의 부동산 재평가 등을 통해 에버랜드 주식의 정확한 자산가치를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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