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여소야대’ 20대국회, 총수일가 일감 몰아주기 ‘구멍’ 차단 성공할까?

등록 2016-08-08 19:16수정 2016-08-08 22:10

채이배 의원 공정거래법 개정안 발의
총수 간접지분 포함 지분요건 상장·비상장 20%로 통일
폭넓게 인정해온 예외사유도 법률에 명시 추진
김동철 의원도 지분율 기준 10% 개정안 발의
#사례1. 물류업체인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국내 매출액 5조원 중에서 절반이 넘는 2조6천억원을 현대차·기아차 등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손쉽게 달성했다. 해외 매출액 6조8천억원 중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은 76%로 더 높다. 하지만 글로비스는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의 규제를 안 받는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부자가 지난해 법 시행일(2월14일)을 1주일여 앞두고 보유 지분율을 43.4%에서 29.99%로 낮췄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규제를 받는 총수 일가 지분 기준은 30%다.

#사례2. 단체급식업체인 삼성웰스토리 역시 지난해 매출액 1조6600억원 중에서 40%에 육박하는 6200억원을 삼성전자·삼성물산 등과의 내부거래로 올렸다. 하지만 웰스토리도 공정거래법 규제를 안 받는다. 공정거래법은 총수 일가의 직접 지분이 있는 회사만 대상으로 삼는데, 웰스토리는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웰스토리가 일감 몰아주기로 이익을 얻으면 삼성물산의 이익이 늘고, 이는 다시 삼성물산의 지분 30% 이상을 보유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주머니로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간다.

재벌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는 막강한 지배권을 쥔 총수 일가가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로 회사의 이익을 빼돌리는 행위로,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키고 중소기업의 사업 기회를 막는 등 폐해가 크다는 지적을 받는다. 여야는 2013년 경제민주화의 일환으로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사익 편취 금지 규정을 도입했고, 법 적용은 2015년 2월 시작됐다. 하지만 적용 대상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예외사항을 과도하게 인정해 실효성 없는 규제라는 지적이 많다. 재벌 계열사 간 내부거래는 2014년 한 해만 해도 181조원(48개 민간 대기업집단 기준)에 달할 정도로 여전한데도, 법이 시행된 지 1년 반이 지나도록 제재 건수는 현대그룹 1건에 불과하다.

야당은 19대 국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정부·여당과 재벌의 반대로 무산됐다. 하지만 20대 국회가 여소야대 구도로 짜여진 가운데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이 8일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귀추가 주목된다. 채 의원은 “현행 규제는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총수 일가가 기존의 일감 몰아주기를 유지하는 것을 돕는 사실상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첫째 규제 대상 지분율 기준을 현행 ‘상장회사 30%, 비상장회사 20%’에서 상장·비상장회사 모두 20%로 통일하는 것이다. 둘째는 지분율을 판단할 때 총수 일가의 직접 지분뿐 아니라 다른 계열사를 매개로 해서 갖고 있는 간접 지분도 포함하는 것이다. 셋째는 시행령에 담겨있는 ‘기업의 효율성 증대, 보안성·긴급성’ 등 예외사유를 삭제하는 대신 불가피하게 예외가 필요하면 법에 명확히 규정하자는 것이다. 채 의원 방안대로 법이 개정되면 글로비스나 웰스토리처럼 총수 일가 지분이 20~30% 미만인 상장사들과, 총수 일가의 직접 지분은 없으나 계열사를 통해 간접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또 ‘효율성 증대’ 등 예외 인정 사유를 내세워 제재를 피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대신경제연구소도 이날 발표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에 따른 기업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 리포트에서 “규제의 실효성을 담보하려면 예외사유의 축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같은 당 김동철 의원은 지난 6월 규제 대상 총수 일가 지분율 기준을 10%로 대폭 강화하는 법 개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4월 총선 때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약속해 가을 정기국회에서 야권 공조 가능성도 높다.

공정위는 야당의 법 개정 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공정위의 채규하 시장감시국장은 “여야 합의로 법을 개정해 시행한 지 아직 1년 반밖에 안 된 시점에 다시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며 “일례로 총수 일가 지분율 요건을 낮추면 규제 대상 기업은 늘겠지만 문제가 없는 내부거래까지 지나친 규제를 받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금지 규제가 기대만큼의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며 “일감 몰아주기가 발생하는 것은 결국 이사회가 제 역할을 못한 결과이기 때문에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김효진 기자 jskwa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