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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복지삭감 이어질 ‘나랏빚 억제법’

등록 2016-08-09 16:47수정 2016-08-09 21:47

정부, 재정건전화법 입법예고
국가채무비율 45% 이하로 관리
세입 확충 전략은 안 내놔
복지 축소로 가나
건전한 재정 관리를 위해 나랏돈 지출을 법으로 억제하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한다. 주요 선진국에 견줘 매우 낮은 복지예산 수준을 염두에 두면 이런 방안은 중장기적으로 복지 지출을 줄이는 쪽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정부는 건강한 재정 관리와 복지 수요 충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세원 확충에 대한 중장기 전략은 제시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는 10일부터 ‘재정건전화법’ 제정안 입법예고에 들어간다고 9일 밝혔다. 입법예고안은 국가채무비율(국가채무를 명목 국내총생산으로 나눈 비율)을 45% 이하로 관리하는 ‘채무준칙’과 재정적자비율(관리재정수지 적자액을 명목 국내총생산으로 나눈 비율)을 3% 아래로 묶는 ‘수지준칙’을 법제화하는 게 뼈대를 이룬다. 그간 정부는 자체적으로 국가채무비율을 40% 선에서 묶고 재정수지는 중기적으로 수입과 지출이 엇비슷한 균형 수지를 목표로 예산을 짜왔으나, 이 기준을 일부 조정해 법제화한다는 것이다.

송언석 기재부 2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구조적인 저성장 흐름과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등 재정 환경이 질적·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현 상태로는 재정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해 재정 운용의 새로운 틀 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재정준칙 법제화는 저출산·고령화 현상과 통일 비용 등을 고려해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일부 학계를 중심으로 제기돼 왔다. 특히 대외 충격에 취약한 소규모 개방경제란 특성 탓에 나라 경제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서 재정을 바라보는 시각은 재정준칙 법제화 주장의 근간을 이뤘다. 송 차관은 “최근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국가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것도 재정 여력이 충분하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또다른 한편에선 재정준칙의 법제화가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줄곧 제기해왔다. 재정준칙 도입이 복지 지출을 덜 늘리거나 삭감하는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조세 수입 등 재정 수입을 늘리지 않는 상황 속에서 국가채무비율과 재정적자비율을 법으로 통제할 경우 결국 복지 지출 삭감이나 추가 지출을 제약하는 결과를 낳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우리나라 복지예산 비중(복지예산을 명목 국내총생산으로 나눈 비율)은 2014년말 현재 10.4%로 비교가능한 28개 오이시디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으며, 오이시디 평균값 21.6%의 절반에 그칠 정도로 적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와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지출을 통제하는) 재정준칙 법제화보다는 세입 규모를 끌어올리는 전략이 더 시급하다”며 “특히 재정준칙을 앞서 도입한 선진국에선 과도하게 늘어난 재정 규모를 통제하기 위해서였으나 우리나라의 재정 규모는 상대적으로 매우 작은 수준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송 차관은 이런 비판을 염두에 둔 듯 “복지예산은 대부분 (법으로 강제된) 의무 지출인 터라 앞으로도 계속 늘어난다. 현행 복지 제도가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이날 배포한 자료에서 앞으로 4년 안에 10조원 규모의 복지 제도가 추가 도입되면 국가채무비율이 2060년에 최대 90%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복지 확대에 부정적인 인식을 내비친 것이다.

정부가 내세운 재정준칙 기준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크게 변화한 대내외 경제 환경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기준은 1990년대 초 마스트리흐트조약(유럽연합 회원국 가입·유지 조건을 담은 조약)에서 따온데다, 오이시디 평균 국가채무비율이 2008년 이전에는 60% 내외였으나 위기 이후 각국 정부가 재정 지출을 크게 확대하면서 이 비율이 110%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입법예고 뒤 부처 협의와 법제처 심사를 거쳐 오는 9월께 국회에 해당 법안을 제출한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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